中시진핑, 사우디와 밀착…美과 갈등 속 중동 영향력 강화

by신정은 기자
2022.10.31 18:53:19

"시진핑, 사우디 방문해 정상회담"-사우디 측 발표
중국-사우디, 에너지장관·외무장관 연이어 회담
중국, 중동 내 영향력 확대 기회 될 수도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원유 감산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해변 도시 제다의 왕궁에 도착해 전용 리무진에서 내린 이후 마중 나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 사우디는 최근 일주일간 에너지 장관과 외무 장관 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는 등 밀착 관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우디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에 가입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특히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해 중동 지역 지도자들과의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중국 측은 아직 시 주석의 방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강화해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채스 프리먼은 “미중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인지 주목된다”며 “미국은 현재 중동 지역의 모든 핵심 주자들로부터 어느 정도 소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내에서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미국에 대한 불만도 커진 상황이다. 그달리아 애프터먼 이스라엘 라이흐만대 아바에반 국제외교연구소 연구원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20년에 걸친 실패한 군사 작전 후 여론 또한 미국이 중동에서 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 프로그램 ‘아랍 바로미터’가 중동 9개국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리비야, 팔레스타인, 튀니지, 수단, 모리타니 등은 모두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했다. 모로코만 조사대상국 중 유일하게 미국을 선호했다.

리샤오셴 중국 닝샤대학 중국-아랍연구소 소장은 “중동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할 수 없게 되면 중국이 공급할 수 있다”며 “그들은 과거와 달리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 강대국들은 그들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운신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대립은 사우디가 주도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미국의 증산 요청에도 다음달부터 하루 2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에 힘을 쏟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사우디 방문시 증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감산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양국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