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뇌관' 자영업대출 年 16% 급증…어느덧 600兆 육박(종합)

by김정남 기자
2018.09.20 17:27:12

2분기 현재 자영업자 대출 591兆
전년比 증가율 16%…갈수록 확대
"자영업 취약차주 위험 커질수도"
전체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가팔라
OECD 평균보다 7.75배 빠른 속도
이자 못내는 좀비기업 3천개 넘어
좀비기업 구조조정 노력 강화해야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증가세도 15%를 넘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은행권보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영업 대출이 빠르게 증가해 주목된다. 향후 업황 부진 등에 맞닥뜨리면 대출부실 위험이 경제 전반에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0일 내놓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549조2000억원) 대비 41조5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DB(약 100만명)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그 증가 폭은 전년 동기 대비 15.6%에 달했다. 지난해(14.4%)보다 확대됐다. 문재인정부의 대출 규제에 지난해 이후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과는 다른 기류다.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도 2014년 말 3억원에서 올해 2분기 3억5000만원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은행보다 제2금융에서 빌린 정도가 커졌다. 제2금융권에서 빌린 자영업자 대출은 현재 183조원 규모인데, 2분기 증가율은 2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12.9%)보다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상호금융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LTI)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9%까지 상승했다. 2013년 당시에는 167% 정도였다.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규모(DSR) 역시 2013년 이후 계속 상승해 지난해 기준 42%에 달했다.



부동산업(임대업 포함, 40.9%)의 대출 비중이 가장 컸다. 도소매업(13.2%), 음식숙박업(8.8%), 제조업(7.9%)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자영업 대출이 급증하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손에 꼽히는 게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된 때문이다. 임대주택 등록 수는 2014년 46만호 정도였지만, 2분기 현재 116만호에 이르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창업 증가도 한 원인이다. 자영업자 대출 중 60대 이상 차주 비중은 2014년 말 20.7%에서 2분기 현재 24.2%로 증가했다. 3.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40대(-1.8%포인트)와 50대(-2.9%포인트)의 대출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향후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과다 채무 보유자, 음식숙박·부동산업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다. 전체 가계대출도 늘고 있다. 2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1%로 지난해 말(159.8%)과 비교해 상승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상회한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부채 증가율-소득 증가율)는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3.1%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0.4%포인트에 불과했다. OECD 국가들의 가계부채는 소득과 비슷한 속도로 불어났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의 OECD의 7.75배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하는 것도 주목된다. 지난해 말 현재 한계기업 수는 3112개사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x100)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실한 기업이다. 한은은 2008~2017년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외감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현재 한계기업은 전체 외감기업(2만2798개)의 13.7%다. 이 중 장기존속 한계기업, 다시 말해 이자보상비율이 7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은 942개사로 집계됐다. 전체의 30.3% 규모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최근 계속 늘고 있다. 2014년 이후만 봐도 25.6%→27.6%→29.0%→33.0% 등의 증가세다. 특히 분석 기간인 10년간 연속 100%에 못미친 기업도 393개사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계기업이 계속 증가할 경우 위기시 금융시스템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