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라임 몸통’ 김봉현…10개 혐의 읽는데만 10분 걸려

by박순엽 기자
2020.09.16 17:13:59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서울남부지법서 첫 공판
검찰 “특경법상 횡령·사기·증재, 범인도피 혐의 등 적용”
변호인 “공소사실 복잡해…인정 여부 의견 다음에 제출”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공소사실 인정 여부 절차를 다음 기일로 미뤘다. 김 전 회장 측은 공소사실이 복잡해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실제 김 전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10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사기·증재, 배임증재, 범인도피 혐의 등을 받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아직 기록 복사조차 모두 하지 못했다”면서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은 다음 기일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 전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구속돼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스타모빌리티와 관련된 재판을 받고자 남부지법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이사와 공모해 회사 자금 192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임이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한 대금을 회사와 무관한 일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등이 자금을 재향군인회(향군) 상조회 인수대금으로 임의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 자금 약 208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인수한 향군 상조회에서도 약 377억원 상당의 자금과 자산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유출 사실을 숨긴 채 다른 상조회사에 향군상조회를 되팔면서 매각대금 250억원을 가로챘고, 이 과정에서 상조회사의 실사 업무를 방해하고자 해당 회사 직원들을 허위 사실로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과 그 가족에게 8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 △금융 감독기관의 동향을 파악하고자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 그 가족에게 약 5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준 혐의 △자신의 사업에 편의를 제공한 김모 전 라임 대체투자운용본부장에게 골프 회원권을 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통신장비업체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한 뒤 오히려 해당 업체의 자금 9억원을 송금받아 빼돌린 혐의, 한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뒤 운영자금 계좌에 있던 1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김 전 회장에게 적용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잠적했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의 도피를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김 전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가 많다 보니 이날 공판에선 검사가 10분 넘게 공소 요지를 읽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김 전 회장이 최근 수원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도 남부지법으로 병합해달라고 신청하면서 재판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병합 여부에 대해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한편 김 전 회장과 공모해 라임 자금을 횡령하고 향군상조회 사기 범행 등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사장은 이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사장의 변호인은 “범의(범죄 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면서 “김 전 회장 등의 심부름 역할만 수행했는데, 이 부분은 관련자 진술에 의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