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뺏아간 20대 여공의 꿈…"열심히 일한 것이 무슨 죄라고"

by이종일 기자
2018.08.23 19:11:16

숨진 신모씨 20세부터 공장생활
올해 5월부터 세일전자에서 근무
군인 꿈꿨던 순수한 여공의 죽음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항상 씩씩하고 야무졌던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듭니다.”

23일 오후 인천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故) 신모씨(24·여)의 동생(22·여·대학생)은 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언니 신씨는 지난 21일 발생한 인천 세일전자 화재 당시 4층에서 근무하다가 숨졌다. 이번 사고 희생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23일 인천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세일전자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동생은 인터뷰를 통해 “언니가 왜 갑자기 이러한 일을 겪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일한 언니가 무슨 잘못이 있어 이렇게 참혹한 일을 당해야 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언니 신씨는 경기 광명에서 19세까지 가족과 살다가 20세부터 인천 등에서 공장 생활을 했다.

학업에 뜻이 없던 신씨는 일찍 일하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아르바이트 등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활발한 성격에 육상 선수 출신인 신씨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씩씩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군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한때 부사관 시험도 준비했다. 컴퓨터 일을 하는 작은아버지를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 운영 능력도 키웠다.

신씨는 20세부터 공장 일을 하면서 광명 집을 나왔다. 세일전자와 유사한 인천의 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주로 근무했다.

세일전자로 회사를 옮긴 것은 지난 5월이었다. 고교 자퇴로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협력업체에 취업했다가 세일전자로 파견된 비정규직원이었다.

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세일전자에서는 전산 등의 업무를 맡았는데 최근 포장 일도 함께하게 됐다. 신씨는 화재 당시 포장업무를 하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일을 하면서 가족과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신씨는 동생과 오빠를 아끼고 부모에 대한 애정도 많은 순수한 20대 여공이었다.

동생은 “언니가 화재현장에서 어떠한 이유로 대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이번 화재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21일 오후 3시43분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건물 4층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신씨 등 9명이 숨지고 6명(소방관 1명 포함)이 다쳤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인천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