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막말 심판론' 수도권 불똥 튈까 노심초사

by김겨레 기자
2020.04.09 18:32:02

'세월호 막말' 차명진 후보 제명키로
野내부 "정권심판 외치다 막말심판 위기"
與 "부적격자 공천 준 황교안이 사과하라"

4ㆍ15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4·15 총선을 불과 6일 앞둔 9일 미래통합당은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막말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해 애썼다. 통합당은 후보들의 잇단 설화로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 여권은 차 후보의 공천부터가 잘못됐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9일 오전 유세에 앞서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차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입에 올려선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었다”고 비판한 뒤 “전국의 후보자와 당 관계자들에게 각별히 언행을 조심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라고 약속드릴 수 있다”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텐트에서 단체 성관계가 있었다는 취지의 은어를 사용, 방송에 그대로 송출됐다. 이를 두고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전날인 8일 밤 11시에 긴급 회의를 열고 차 후보를 제명하기 위한 윤리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차 후보는 “막말 프레임을 씌워 매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도리어 “국민의 동병상련 덕분에 세금과 성금을 받아놓고서 스스로 성역시하는 세월호 텐트안에서 불미스런 일을 벌인 자들이 사과하라”고 항변했다.

차 후보의 발언은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비화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차 후보가 지난해에도 막말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점을 들어 “부적격자에 막말 면죄부를 나눠 준 황 대표가 잘못된 공천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차 후보의 최종 책임은 황 대표에 있다”고 날을 세웠다.



통합당은 차 후보의 막말 논란으로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중도층 공략에 악재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122석이 걸린 수도권 선거는 총선 최대 승부처다. 통합당은 전날에도 막말 논란을 일으킨 김대호 후보 제명해 서울 관악갑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 차 후보까지 제명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통합당은 수도권에 2곳이나 후보를 내지 못한 셈이 된다. 아울러 이날부터 총선 당일까지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으로, 판세 변화를 가늠하기도 어려워졌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에선 빠르게 수습을 하려 안간힘인데 막말을 한 당사자들이 반발하면서 유권자들의 화를 더 돋우고 있다”며 “선거는 바람인데, 막말 심판 바람이 일게 생겼다”고 했다. 일부 선대위 관계자는 차 후보의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의 막말 전력을 퍼트리며 ‘도긴개긴’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론한 차 후보를 제명하는 것은 열성 지지층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날부터 미래통합당 게시판에는 ‘아군 등에 총을 쏜다’, ‘반대편의 막말 프레임에 걸려들었다’는 등 차 후보의 제명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선거가 가까워질 수록 뉴스가 뉴스를 밀어내기 때문에 차 후보의 막말 논란이 수도권 표심에 미칠 영향은 알 수 없다. 또 어떤 악재가 있을지 모른다”며 “당장은 여론이 출렁거리지만 부동층은 선거 직전, 2~3일 전에 마음을 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