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범준 기자
2020.07.16 22:01:31
여성단체 "女비서에 '네가 재면 높게 나와' 발언도"
서울시, 해명은 없고 "조사단 구성 임할 계획"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 여 비서에게 혈압을 재도록 하거나 운동 후 샤워할 때 속옷을 챙기게 하는 등 업무 외적으로도 성적 괴롭힘을 가했다는 피해자 측 주장이 나왔다. 또 박 전 시장이 다른 부서로 전보를 보내달라는 피해 비서의 요구를 묵살했다는 진술도 제기됐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6일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서면 자료를 내고 박 전 시장이 전직 비서 A씨에게 혈압을 재도록 하는 등 업무 외적인 일로 성적 괴롭힘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시장이 A씨의 인사이동 요청을 직접 거부했다고도 주장했다.
두 단체는 자료에서 의혹의 당사자를 ‘시장’이라고만 기재했으며 해당 인물이 박 전 시장인지를 명확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들은 “시장은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쟀는데 피해자(A씨)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는다’고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여성 비서의 업무로 부여됐다”며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 등 직원 증언을 토대로 박 전 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또 다른 성 비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료에는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면서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했다”며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 줘야 했다. 샤워를 마친 시장이 그대로 벗어두면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냈다”는 증언 내용도 나온다.
이어 “시장은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잤는데 이를 깨우는 것은 여성 비서가 해야 했다”면서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지만, (서울시 관계자 등이)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피해자에게) 해당 일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뿐만 아니라 시청 관계자들이 “결재 받을 때 비서에게 ‘시장님 기분 어때요? 기분 좋게 보고 하게…’라며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하기도 했다”며 “시장이 구두로 긴급하게 결정하는 것이 많으므로, 그날 그 시각 시장의 기분이 중요하며 시장의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원하는 답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비서에게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을 암묵적·명시적 요구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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