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작심비판 "금융위, 중앙銀 고유권한에 관여말라"(종합)

by김경은 기자
2020.11.26 17:30:55

이주열 총재 금통위 간담회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추진에 '버럭'
한은, 고용안정책무 책임 커지지만 권한 줄면서 직접 칼끝 겨눠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관리 두고 갈등 깊어져…한은 노조도 비판
'기준금리 0.5% 동결, 성장률 상향했지만'…코로나19 확산 변수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위원회를 향해 작심 비판했다.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하며 중앙은행의 고유권한을 건드렸다고 정면 경고했다. 두 기관의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은행감독권을 금융감독원에 내준 이후 금융안정책무를 반쪽짜리로 수행하고 있는 한은이 이번엔 지급결제권을 둘러싸고 금융위와 맞붙었다. 고용안정책무까지 맡으라는 목소리는 커지는 데 반해 권한은 점점 줄어들 위기에 처하자 이주열 총재가 직접 금융위에 칼끝을 겨냥한 것이다.

“권한 뺏길라” 위기감 고조 한은, 금융위 칼끝

이 총재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라고 말했다.

한은이 사실상 관리해 온 금융결제원에 대해 금융위가 포괄적 감독권을 갖는 법안이 통과하면 한은은 지급결제권한마저 금융당국에 뺏길 수 있다. 과거 은행감독권이 금감원에 넘어가면서 한은은 금융안정이라는 책무에도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권한이 없어 금융규제 등을 통한 미시적 조절기능은 상실한 채 반쪽짜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이 총재가 “한은 총재가 사원총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금결원을 금융위가 감독하겠다는 것은 결국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라고 밝힌 것은 금융결제원을 둘러싼 두 기관의 영역 싸움을 표면화한 것이다.

금결원을 두고 두 기관의 갈등 양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그동안 한은 출신이 맡아왔던 결제원장 자리를 금융위 출신인 김학수 당시 증선위원이 임명되면서 갈등 분위기가 고조됐다. 금결원은 비영리사단법인으로 한은의 지급결제기능을 분리해 지난 1986년 시중은행 9곳과 한은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지급결제 전문기관이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금융위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관리를 위해 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결제원 등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 대한 허가·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권한을 등의 권한을 가진다. 한은의 통제관리를 벗어나는 셈이다.

이 총재는 “지급결제시스템을 운영 관리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태생적 업무로서 최종대부자 기능을 가진 기관이 해야 한다”며 “지급결제관리시스템의 운영관리는 중앙은행의 고유업무이고 다른 어느 나라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차례 (금융위에) 전달을 하고 의견을 개진했는데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현재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해 양측의 갈등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한은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위가 지급결제업무를 빼앗아 가려는 시도는 수차례 있었다”며 “2009년 한국은행법 개정논의 때는 소위 ‘지급결제제도감독법’ 제정을 시도하면서 한은의 지급결제기능 강화를 훼방 놓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한은의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 “한은의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넣는 것은 국민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국회 법 개정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우려…“아직은 거시경제 더 중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고 완화 기조 유지를 재확인했다. 내년에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금융 불균형이 우려할 단계까지 와 있다는 우려에도 경기 흐름은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우리나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3%로 전망했다. 역시 직전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총재는 성장률 상향 조정에 대해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세가 애초 예상보다 양호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세가 한은의 예상보다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전망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 총재는 “이번에 전망 기본 시나리오는 동절기 중에는 이 같은 확산 세가 지속하고 그 이후에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면서 내년 중후반 조금씩 진정될 것을 전제로 했다”며 “2.5단계 이상으로 가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조치가 강화하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전망치도 수정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올겨울 코로나 재확산이 예상보다 심화하고 내후년에나 코로나가 진정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라면 내년 성장률은 2.2%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다시 시작한 부동산 시장 불안은 내년에도 이어지리라 전망했다. 10월 중순 이후 주택매매가 상승폭이 다시 확대하고 전세가가 급등한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지리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