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관세 전쟁에..새우등 터지는 삼성·LG

by김겨레 기자
2018.09.19 15:48:49

냉장고·에어컨 등 중국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
일부 반도체도 관세 부과 대상이나 영향은 미미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타격을 입게 됐다. 두 나라의 보복관세로 사실상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길 전망이어서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는 2000억 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자국 제품에 추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미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국은 오는 24일부터 중국산 제품이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고, 내년 1월부터는 관세율을 2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18일 공개한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는 냉장고와 에어컨, TV 등 가전제품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유예기간 없이 당장 다음주부터 중국산 가전제품에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가전 사업과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LG전자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은 LG전자 해외 수출국 가운데 최대 매출처다. 올 상반기 LG전자의 북미 시장 매출액은 7조788억원으로, 전사 매출의 23%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중국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냉장·하냉동 구조의 프리미엄 냉장고 물량의 절반 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 미국에 판매하는 가정용 에어컨 일부도 중국에서 제조한다.



아울러 미국 LG전자 태양광 모듈 공장에 필요한 중국산 장비도 관세 부과 대상이어서 부담을 더하게 됐다. LG전자 미국법인은 지난 7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태양광 장비를 관세 부과 항목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가전사업 비중이 낮은데다 대다수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겨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판매하는 냉장고와 40인치대 TV의 약 10%를 중국에서 만든다. 삼성은 베트남과 태국, 멕시코 등으로 생산지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역시 관세 부과 품목에 포함됐으나 영향이 미미해 당장 생산지를 옮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은 중국 안에서 소비된다. D램 물량 일부를 국내에서 생산해 중국에서 패키징 등 후공정을 거치고 있으나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10% 이하로 낮아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장기적으로도 한국 기업에 부담이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데다 중간재 수출 비중도 68.7%로 높아서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무역분쟁에 따른 우리나라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나 다수의 소비재 등 우리의 대중국 투자기업의 수출 품목이 포함돼 있어 개별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생산기지를 현지로 옮겼다. 시장점유율은 유지하고 있으나 세탁기 가격을 6% 이상 인상하는 등 가격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