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로 北에 '손짓'

by장영은 기자
2018.12.19 19:08:46

비건 "대북 인도적 지원·北여행금지 재검토할 것”
3박4일 방한…관계부처 두루 만나 북핵 협상·남북교류 긴밀히 협의
"한미 협의 후 더 할 이야기 많을 것" 여지 남기기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이 북한에 새로운 ‘성의’ 표시를 들고 나왔다.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라는 미국의 원칙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북한의 계속되는 상응조치 요구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놓은 것이다.

대북 실무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일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적절히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조치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미리 준비한 글을 읽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 운영하는 많은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국제 제재를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내년 초 미국의 대북지원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지원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에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 및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며 “특히 올 겨울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북 인도적 물자 지원 제공을 촉진하고 국제적 기준에 따른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도 검토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미국은 미국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북한 여행 승인에 엄격한 제한을 가했다. 이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전달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과 유엔은 대북 지원 제공을 위한 (제재) 면제 요청을 계속해서 면밀히 검토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국제적 기준을 충족한다는 전제 하에 북한으로의 물자 반입과 적절한 감시 등을 위한 미국인의 북한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된데다 북미 고위급 접촉·정상회담 등 북미간 협상도 안갯속이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 협상 시계가 멈춘 상황에서 미국측이 남북교류 협력이라는 측면지원에 그치지 않고 인도적 지원 활성화로 다시 한번 북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4차례 한국 방문에서 늘 말을 아껴왔던 비건 특별대표가 입국하면서 준비해 온 글을 읽은 것 자체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측의 상응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도훈 본부장과의 협의 이후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오는 2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6자 수석협의를 시작으로 21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 및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