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회사채 시장 양극화 심화…AA·A급 수요예측 희비

by박정수 기자
2022.02.10 18:21:19

SK실트론·한화건설 등 A급 겨우 완판 성공
AA급 롯데제과 모집액 3배 넘게 자금 몰려
A급 금리도 최상단…대부분 30bp에 응찰
“2년 전 A급 금리 상단 70bp…더 열어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금리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로 신용등급별로 수요예측에서 희비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특히나 AA등급 대비 유동성이 떨어지는 A등급에는 금리 최상단에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위축된 심리를 여실히 보여줬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신용등급 A0)이 이날 진행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제47-1~2회)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 1700억원에 총 2020억원의 기관투자가 매수 주문이 들어와 겨우 완판에 성공했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화건설(A-)도 2년물 400억원 모집에 660억원, 3년물 600억원 모집에 740억원을 받아 총 1000억원 모집에 140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이에 반해 롯데제과(280360)(AA0)의 경우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3400억원, 5년물 500억원 모집에 1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모집액 1500억원의 3배를 웃도는 5100억원의 기관투자가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A등급은 통상적으로 리테일 수요가 많은데 금리가 불안하다 보니까 투자 수요가 적은 상황”이라며 “또 서민금융 대출 수요에 대한 자금 여력이 아직은 남아 있는 데다 금리 상승 불안감에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등급은 높은 금리에 대부분 응찰이 됐다. SK실트론은 3년과 5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 -30bp~+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고, 모집물량은 모두 상단인 +30bp에 채웠다. 지난 9일 SK실트론 회사채 민평금리는 3년물 3.022%, 5년물 3.421%다.

한화건설의 경우 금리밴드를 -20bp~+30bp를 제시했으나, 2년물은 +27bp에 3년물은 +30bp에 물량을 채웠다. 한화건설 회사채 민평금리는 2년물 3.362%, 3년물 3.760%다.

이에 반해 롯데제과의 경우 3년물은 +15bp에 5년물의 경우 +8bp에 모집물량을 채웠다. 롯데제과 회사채 민평금리는 3년물 2.669%, 5년물 2.874%다.

전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에쓰오일(AA0)의 경우 모집금액(2300억원)의 3배 가까운 6200억원의 기관투자가 매수 주문이 들어왔고, 7년물과 10년물의 경우 각각 -10bp, -5bp에 물량을 채워 언더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 운용사 채권매니저는 “최근 금리 상승을 발행사들도 예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발행사들이 금리 상단을 많이 낮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회사채 시장이 좋을 때 금리 상단이 20~30bp”라며 “2년 전 코로나19가 처음 터졌을 때 시장에서 A등급은 상단을 70bp까지 열어두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게 금리 상단을 조금 더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