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분간 ‘노타이’ 회동…文대통령 “법안 제때 처리하면 업어드려”

by김정현 기자
2020.05.28 18:15:06

文대통령, 28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
90분 예정시각 훌쩍 넘은 156분간 진행
배석자 최소화…격의없는 대화 이어져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21대 국회 여야 원내대표 간의 오찬회동은 156분간 이어졌다. 예정했던 90분보다 66분 긴 시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 중 두 번째로 길었다.

문 대통령은 28일 낮 12시 1분부터 2시 37분까지 청와대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낮 12시 1분에 만나 오후 2시 3분까지 오찬을 가졌고, 뒤 이어 2시 37분까지 경내 산책을 하고 헤어졌다.

현 정부 들어 진행된 네 차례의 원내대표 회동 중 두 번째로 길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9일 5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는 144분간 대화를 나눴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마련에 합의한 2018년 8월 16일 회동은 132분간 진행됐다. 첫 협의체 회의가 이뤄진 2018년 11월 5일에는 158분간 만남이 이뤄졌다.

다만 과거 회동 참석자들이 5당 원내대표들이었고 이날 참석자는 거대 양당 원내대표로 제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대화가 더 밀도 있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오찬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가 처음 만났을 때도 농담 섞인 대화가 이어졌다. 주 원내대표가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그렇습니다. 반짝반짝하다”고 화답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대화도 날씨만큼 좋을 것 같다”고, 주 원내대표도 “그리 됐으면 좋겠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님이 잘해주시면 술술 넘어가고, 다 가져간다 이런 말하면”이라고 말해 참석자들간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여당의 국회 상임위 독식 주장을 언급한 것이다.

본격적인 오찬회동에 돌입한 뒤에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행보를 평가하면서 “주 원내대표와는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여야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은 이제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는데, 이는 야당 일각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등 서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식사 이후 이어진 산책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오늘 우리들을 위해 일정을 많이 비우셨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김 원내대표를 바라보더니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제가 업어드릴게요”라는 농담도 건넸다.

한편 이날 오찬회동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과거 여야회동과 달리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 모두 ‘노타이’ 차림이었다. 과거 각 당 대변인이 동석했던 것과 달리, 이날 오찬 테이블은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노영민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모두발언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