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생산자물가 또 '역대급' 폭등…파월 결단하나

by김정남 기자
2022.05.12 23:20:00

미 4월 PPI, 전년 대비 11% 폭등
생산자물가마저 '사상 최고 수준'
스태그 공포에 뉴욕증시 또 약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1년 전보다 11.0% 폭등했다. 시장 일각에서 기대한 인플레이션 정점론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은 점차 힘을 받게 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사진=AFP 제공)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1.0%를 기록했다. 노동부가 2010년 11월 관련 통계를 산출한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 3월(11.5%)보다는 0.5%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점론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P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만 해도 1.6%에 불과했으나, 1년여간 급격하게 상승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당시 상승률은 6.5%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통화당국이 돈 풀기에 나선 데다 노동력 부족 만연, 글로벌 공급망 붕괴, 에너지 가격 폭등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생산자물가가 치솟았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가격에 의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매물가라고 하면, PPI는 도매물가 격에 해당한다. 4월 CPI 상승률이 8.3%까지 오른데 이어 PPI의 경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오르는 비용 부담을 소비자 판매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추후 CPI가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전월과 비교한 4월 PPI 상승률은 0.5%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와 같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4월 근원 PPI는 전년 동기 대비 6.9%, 전월 대비 0.6% 각각 상승했다. 이 역시 월가 전망과 비슷했다.

이에 따라 물가 폭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는 더 커지게 됐다. 연준이 공격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수록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는 점증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는 재차 하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8분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1% 하락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72% 각각 떨어지고 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4.21% 상승한 33.93을 기록하고 있다.

바이털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주식들은 곳곳에서 매도에 몰리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는 점점 더 침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금리는 장 초반부터 급락하고 있다(국채가격 상승).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815%까지 내렸다. 금융시장의 공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살아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