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 위한 '생태제방 축조' 다시 부결

by장병호 기자
2017.07.20 21:25:32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환경 훼손 이유로 반대
1965년 이후 50년간 훼손…보존책 마련 시급

지난달 28일 이상목 암각화박물관장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에게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생태제방 축조 방안이 다시 무산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울산시가 제시한 ‘반구대 암각화 생태제방 축조안’을 심의한 결과 부결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문화재위원회는 “생태제방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역사문화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으며 공사 과정에서 암각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 수위에 따라 침수와 외부 노출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2013년부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으로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를 3년간 추진했다.



그러나 기술적인 결함으로 실패 판정을 받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태제방 축조안’을 내놨다. 암각화에서 30m 떨어진 지점에 길이 357m의 기다란 둑을 쌓아 암각화를 보존하는 것이다.

다만 제방을 쌓기 위해서는 바닥을 시멘트와 같은 충전재로 강제 주입해 다지고 암각화 반대편은 땅을 파서 새로운 물길을 조성해야 해 환경 변화의 지적을 받았다. 거대한 인공 건축물이 반구대 암각화를 가로막으면 울산시가 추진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울산시는 2009년과 2011년에도 생태제방과 유사한 임시제방 설치안을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지만 경관 훼손을 이유로 부결됐다.

울산시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이 주장하는 주변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라는 것이 암각화가 새겨질 당시의 모습이 현재 모습이었는지를 검증한 것이 아님을 고려한다면 유산 자체의 보존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표현한 바위 그림으로 고래를 묘사한 그림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사료로 여겨지고 있다.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립된 1965년 이후 50여 년간 서서히 훼손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