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앱’ 클럽하우스 韓에서도 통할까…아이폰 판매에도 영향?

by장영은 기자
2021.02.09 16:23:56

美 스타트업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음성 기반 SNS
'실시간 토크쇼' 콘셉트…유명인들 참여하며 주목↑
새로운 소통 창구로 급부상…폐쇄성 탓에 논란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만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클럽하우스’가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 유명인사들의 실시간 토크쇼가 화제가 된 데 이어 중국 정부가 클럽하우스를 차단하면서 더 이목을 끌고 있다.

클럽하우스 앱 소개 이미지. (사진= 앱스토어 화면 캡쳐)


머스크·저커버그 등 유명인들 등장에 확 떴다

9일 외신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클럽하우스 이용자 수는 이달 1일 기준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기반으로만 제작된 이 앱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는 400만건에 이른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클럽하우스는 크게 3가지 특징이 있다. △목소리(오디오) 기반 △실시간 및 쌍방향성 △폐쇄성 등이다.

우선 목소리 즉, 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텍스트 기반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이미지 기반의 인스타그램과 차별화된다. 또 ‘실시간 대화’로만 진행되고 녹음이 되지 않는단 점도 ‘일상의 기록’을 겸하는 다른 SNS와는 다르다. 서비스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초대장이나 기존 회원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폐쇄성도 특징이다.

클럽하우스는 처음에는 실리콘밸리 일부 인사들이 초대장을 매개로 ‘알음 알음’으로 쓰던 앱이었다. 출시 후 석달째인 지난해 5월만해도 클럽하우스 이용자는 1500명 수준이었다.

클럽하우스가 급부상한 것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클럽하우스에서 블라디미르 테베브 로빈후드(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CEO와 공매도 관련 설전을 벌이면서였다. 이 대화방은 인원 한도를 초과했고 유튜브에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이후 미국에서는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얻기 위한 쟁탈전이 촉발됐다. 지난 4일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클럽하우스에 등장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모임이나 강연 등이 어려워지는 상황과 맞물려 ‘실시간 토크쇼’와 같은 클럽하우스가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팟캐스트보다 즉흥적이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국내에서도 정보통신(IT)업계 유명인사들이 ‘클러버’(클럽하우스 이용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 인공지능(AI) 연구소장, 미키 김 구글 아시아 태평양 총괄 전무, 류정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이 알려져 있다. 이승건 토스 대표를 비롯해 박재웅 쏘카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박태훈 왓챠 대표 등 스타트업 대표들도 있다.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CEO는 이달 초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블라디미르 테베브 로빈후드 CEO와 공매도 관련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사진= 로이터)


가입도 탈퇴도 마음대로 못해…귀족 마케팅 논란도

클럽하우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초대권을 구하기 위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는 방법은 두가지인데, 둘 다 기존 회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대장(invite)은 신규 가입시 2장이 주어진다. 기존 회원은 이 초대장으로 2명의 신규 회원을 초대할 수 있는 것이다. 초대장을 구하기 어렵다면 주변 지인 중 클럽하우스 이용자를 찾아서 승인 요청을 부탁하면 된다. 앱을 내려받으면 대기 명단에 올라가게 되는데 기존 회원이 승인을 해주면 가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러한 폐쇄성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검증된’ 회원만을 받을 수 있고 커뮤니티가 급격히 팽창하는 것을 막아 번잡스러움을 줄여주지만, 참여할 수 있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생기며 일종의 계층 나누기가 될 수 있다.

최초 가입시 초대장을 주거나 승인해준 회원의 이름이 박제돼 남는다는 점도 인맥과시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클럽하우스 사용자는 “재미있을 때도 있지만 솔직히 방을 만드는 모데레이터(방장)와 지인들의 ‘그들만의 리그’라는 느낌도 든다”며 “가입은 물론 탈퇴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를 탈퇴하기 위해선 앱을 만든 알파 익스플로레이션 미국 본사에 이메일을 보내 탈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본토인들이 사용하는 현지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클럽하우스 앱을 다운 받을 수 없어 자기 위치 변경 등 조치가 필요하다. (사진= 로이터)


iOS 기반이라 국내선 한계…“아이폰 이미지엔 긍정적”

클럽하우스는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신 기술과 실리콘 밸리 트렌드에 민감한 IT업계에서는 업무상의 목적으로 앱을 다운받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다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때문에 국내에서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중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클럽하우스를 쓰기 위해 중고 아이폰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도 있지만 그야말로 세컨드폰으로 쓰기 위한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클럽하우스 때문에 중고 아이폰을 구한단 얘기도 있지만 아이폰 판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대신 소위 ‘힙’(최신 유행의) 한 사람들이 아이폰을 많이 사용한다는 식으로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 앱을 쓰기 위해 안드로이폰을 쓰던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것보단,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거나 클럽하우스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오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향후 오디오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화상회의 솔루션인 줌에서 비슷한 기능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