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페스타]“女배우, 젊고 아름다워야 편견 깨야”…영화인 한 목소리

by김윤지 기자
2018.10.16 17:59:44

16일 이데일리 W페스타 debate3
원동연·이정진·엄정화·김성령·유정임 대담
"여성 캐릭터 중심 시나리오 과감히 투자해야"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윤지 경계영 김정현 기자]“2년 전 김윤석씨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함께 찍었다. 최근 김윤석씨의 안부 연락을 받았다. 돌이켜보니 그 사이 김윤석씨는 수많은 작품을 찍었더라. 남자 배우들의 왕성한 활동이 부러웠다.”

배우 김성령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SM타운)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W 페스타’ debate3 [WOMEN, MEET, 예술과 여성]에서 여배우의 고충을 털어놨다. 절절한 모성애부터 푼수 캐릭터까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엄정화 역시 비슷한 고민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고정관념에 항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만큼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성령과 엄정화는 여성 영화인의 제한된 역할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독전’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김성령은 “분량이 매우 적었다. 하지만 그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영화를 출연할 수 할 수가 없다”며 소모적인 여성 캐릭터에 대해 지적했다. 엄정화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미스 와이프’(2015) 이후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그는 “출연할만한 작품이나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등을 만든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배우 이정진 등 남성 영화인들도 동의했다. 김아중 주연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0)를 제작했던 원 대표는 “당시 신인 여성배우 원톱 영화라는 점에서 주변에서 많이 우려했다. 그 영화가 성공한 후 한국영화의 외연을 넓혔다고 칭송받았다. 의아한 대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진=신태현 기자
특히 ‘여배우는 젊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편견이 여배우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50대에 접어든 김성령과 엄정화는 또래 남자 배우들과 비교해 기회의 차이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성령은 “메릴 스트립과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은 1년에 3~4편 씩 촬영하더라. 연기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정임 부산영어방송편성제작국장은 “김성령과 엄정화의 저력은 외향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다. 작품 안에서 거침없이 망가진다. 평소에도 소탈하다. 두 사람이 오래가는 이유는 일에 대한 열정”이라고 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들은 기회의 중요성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엄정화는 “여성 캐릭터 중심 시나리오를 준비했지만 투자를 받지 못할 거라 지레 짐작해 포기하는 작가들을 주변에서 봤다. 제작자와 투자자부터 용기있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진은 여성 중심 영화를 ‘여자 축구’에 비유했다. 그는 “남자 축구에 비해 여자 축구는 관심을 덜 받는다. 이처럼 우리가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싶다”며 “실수할 기회도 줘야한다”고 말했다. 원동연 대표는 “평판을 신경 쓰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성 평등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했다. 관객들 또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희망적인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영자와 절친인 엄정화는 “이영자, 박나래 등 메인 MC로 활동한다. 게다가 재미있다. 몇 년 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큰 변화”라며 “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보면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생각한다. 그때마다 벅찬 마음”이라고 말했다. “점점 좋아진다고 느낀다”는 김성령은 “누가 주인공이든 관객은 ‘재미있는 영화’를 택한다.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훈련을 하고 있다. ‘다르다’에 대한 거부감이 누구나 있지 않나.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양성평등도 여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김성령)

원동연(왼쪽부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배우 김성령, 배우 이정진, 배우 엄정화, 유정임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이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Women, Meet-예술과 여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