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 4조?..정부-통신사 산정방식 충돌

by김현아 기자
2020.09.21 17:39:29

과기정통부, 연내 3G와 LTE 재할당 주파수 가격 고시
정부, 과거 경매가 포함 vs 통신사 예상매출액 등 경제적 가치로만
애매한 전파법 시행령이 논란 키워..법개정 움직임도
정부 정책 결단이 필요한 때..설비투자 위축 말아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와 통신사가 내년(2021년)에 이용기간이 끝나는 이동통신 주파수(3G와 LTE)의 재할당 가격 산정 기준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과거 경매가를 고려해 가격을 정하려는데 반해, 통신사들은 과거 경매가를 빼고 예상 매출액·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떤 기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1.6조에서 4조 원까지 차이가 난다. 이런 입장 차가 발생한 것은 전파법 시행령의 애매한 조항 때문이다.

애매한 전파법 시행령이 발단

전파법 14조에서는 ①‘할당대가 산정기준은 별표3과 같다’ ②‘다만, 과거 경매방식으로 할당된 경우에는 당시 대가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기업들은 ①의 방식을, 정부는 ②의 방식을 지지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14조를 보면 ①은 기속사항이고 ②는 고려사항에 불과한데 정부는 과거 경매대가를 기준가로 정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려 한다”면서 “정수기를 리스해서 10년 썼는데 다시 빌리려니 과거 신제품일 때 가격만큼 비싸게 달라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주장은 지난 17일 정보통신정책학회 세미나에서도 나왔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경매대가 반영은 위임입법 한계를 일탈한 불명확한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위법 소지가 크다”며 “과거 경매대가를 반영하려면 전파법과 전파법 시행령 정비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거 경매가 반영에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과거 경매가 반영이 전파법상 위법이 아니라는 견해가 상당하다”면서 “연구반을 통해 과거 경매가를 반영해도 정부의 과도한 재량이 되지 않도록 별도의 로직(산정방식)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 결단이 필요한 때..설비투자 위축 말아야

과기정통부가 연내 대역별 적정 이용기간 및 대가를 고시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어떤 정책을 정할지 관심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족해진 국가 재정을 메우기 위해 ‘민간 기업들로부터 공공 자산(주파수)이용 비용을 최대한 높여 받자’로 정할지, 아니면 통신 장비 업계나 통신공사 업체 등 산업 생태계와 ICT 산업 발전을 고려해 설비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산정할 까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주파수 할당대가를 무조건 높이면 정부 재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산업적 파급효과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같은 이유로 미국과 일본은 재할당 대가가 없거나 할당대가 수준을 낮추면서 5G 투자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90억 달러 규모(10.5조 원)의 외곽지역 5G망 구축 지원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2월 5G 조기 보급을 위해 망 구축 사업자 대상 15% 세액공제 등을 추진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5G 투자를 앞당겨 3년 동안 25조 원으로 하라고 독려하면서도 설비투자 세액 공제는 연간 20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규 주파수가 아닌 쓰던 주파수(3G·LTE)의 가격 산정에 대해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재량권(주파수 가격 책정 권한) 범위가 신규 주파수와 경쟁 수요가 없는 재할당 주파수에 따라 달라야 하는가 등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3G·LTE 주파수의 시장가치는 과거 신규할당 당시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시장·기술환경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인 할당대가 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3G·LTE 주파수 재할당에 대한 문제는 국회도 관심이다. 논란인 전파법 시행령 해석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전파법 개정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가 이번에 재할당하는 주파수는 총 310㎒폭으로 기존 사업자에게 재할당된다. 주파수는 통신의 원료와 같은 것으로 통신사들은 정부가 정한 대가를 내고 주파수를 받거나 경매를 통해 할당받는다. 이번에 할당되는 주파수는 3G와 4G(LTE), 2G(LG유플러스가 신청할 경우)인데, 각사가 쓰던 주파수 대역을 그대로 요구해 경쟁 수요가 없는 만큼 경매가 아닌 대가할당 방식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