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인이 학대' 세 차례 신고에도 '혐의 없음' 이유는

by이용성 기자
2021.01.07 17:21:59

[정인이 사건 3대 의문점]③
'아동 조사했으나 의사소통 불가능'
영유아 '즉각 분리 조치'도 어려워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숫자 부족도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고(故) 정인(입양 전 본명)양이 양부모에게 학대당하는 와중에 세 차례나 학대 의심신고를 접수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경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관을 중징계 처분하라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는 가운데 경찰이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부실 처리한 정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작년 5월 25일 정인양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서울 양천경찰서로 접수됐다. 당시 허벅지 양쪽에 멍이 든 것을 본 소아과 의사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양천경찰서는 우려할 만한 학대 정황이 없다고 판단하고 부모가 일일이 멍 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을 이해한다며 6월 16일 내사 종결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6월 29일 양부모의 지인은 양부모가 정인양을 차 안에 30분가량 혼자 놔둔다며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이때 양천경찰서의 학대예방경찰관(APO)은 양부모와 정인양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하고 양부모를 입건했으나 학대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8월 12일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었다.

정인양 사망 전 마지막 신고는 작년 9월 23일에 접수됐다. 정인양을 진찰하던 소아과 의사 A씨는 정인양 몸의 멍 자국과 영양 상태 부족 등을 보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출동해 양부모와 소아과 전문의, 정인양을 상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했다. 경찰은 정인양이 양부에게 잘 안겨 있으며 양부가 주는 물을 마시는 등 애착 관계에 이상이 없다고 봤다

이후 정인양을 다른 소아과 의원으로 데려가 진료를 받게 했으나 이곳에서 단순 구내염 진단이 나오자 아동학대 혐의 없음으로 매듭지었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분리 조치 대신 10월 15일 가정방문을 하는 등 사후 관리 조치를 하기로 했다. 정인양은 가정방문 이틀 전인 작년 10월 13일 심정지로 사망했다.



경찰이 이전에 두 번이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음에도 세 번째 신고 때 양부모의 말만 믿고 면밀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영유아에 대해 아동학대라고 판단하고 ‘즉각 분리’ 조치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 양천구 입양아동 사망 사건 보고’에는 세 차례 조사에서 ‘아동을 조사했으나 의사소통 불가’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은 양부에게 잘 안겨 있는 모습 등을 확인하고 아동학대가 없다고 파악했다. 표현을 못하는 영유아를 상대로 정황만 보고 아동학대로 판단하고 양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하기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부실수사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기준 전국 APO 인원은 62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만 0~9세 아동의 인구가 약 397만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APO 1명이 담당하는 아동 수는 6321명이다. 대상을 청소년(만 0~17세)로 확대할 경우 이 숫자는 1만262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경찰이 반복되는 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들여다봤어야 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양천경찰서에 세 차례 신고 동안 매번 다른 수사팀·다른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이 담당하는 등 수사의 연속성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6일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실 대응 논란을 빚은 이화섭 양천경찰서장은 대기발령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