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절충안에 秋 단칼 거부…재지휘·감찰 등 갈등 최고조

by최영지 기자
2020.07.08 20:26:47

秋"尹, 수사팀 교체·변경, 지시수용 아냐"
尹, '김영대 서울고검장' 독립수사본부 제안
지시 불이행 근거로 감찰·수사재지휘 가능성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현재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 수사본부를 구성하겠다는 건의안을 내놨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시를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조만간 지시 불이행을 근거로 수사 재지휘 및 감찰 등을 추가로 지시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추 장관은 하루 뒤 입장을 낼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8일 저녁 입을 열었다. 법무부는 이날 늦은 시각 출입기자단에 “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수사지휘를 수용하되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겠다는 윤 총장의 답이 100% 수사지휘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부 관계자는 앞서 “수사지휘에 대해 100% 수용을 한 것도 거부한 것도 아니어서 장관이 결단을 내리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해 채널A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앞서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지 6일 만에 수사지휘를 수용하되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필두로 한 독립 수사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사팀의 수사는 받아들여 추 장관과의 갈등을 피하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독립적 수사본부를 새롭게 구성해 수사 과정은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대검 관계자는 “이 같은 방식이 특임검사는 아니고, 강원랜드 사건 때처럼 수사단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추 장관의 수사지휘 1항에 대해서 “전문수사자문단은 이미 중단한 셈”이라고도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결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검찰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외관상 독립적 수사본부는 특임검사는 아니지만 사실상 김 고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한 것”이라며 “역대 고검장이 특임검사를 맡은 적은 없을 것이다. 윤 총장의 선배인 김 고검장이 적합하다는 판단은 수사 독립성도 보장하고 사안의 중대성도 인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22기로 윤 총장보다 한 기수 선배다. 이 건의가 받아 들여졌다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김 고검장의 지휘를 받게 되는 셈이었다. 한 전직 고위검찰 관계자도 “윤 총장이 대부분 지휘를 수용함으로써 양보하되 수사의 독립성을 위해 감독은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지 하루 만인 3일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어 전국의 고검장과 지검장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시했다. 회의에 참석한 검사들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하고,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날 대검 기획관·과장 30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도 수사지휘에 대한 위법·부당성에 대해 대다수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수사지휘 수용 여부를 오는 9일 오전까지 답변하라며 윤 총장을 재차 압박해 결국 윤 총장의 답을 들었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임에 따라 양측은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절충안을 사실상 항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 더 나아가 윤 총장의 사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