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실적 견인한 대우·삼성만 활짝…대형 건설사 '암울'

by김아름 기자
2023.02.09 18:22:14

해외 사업 확대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대우건설 실적 '고공비행'
국내 주택사업 집중한 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HDC현산 '고배'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최근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데다 원자재 가격 인상,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건설사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해외 사업 여부에 따라 실적 희비가 갈렸다. 주택사업 위주 건설사는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해외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은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외건설과 신사업에서 앞으로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주택 실적에 울고 해외 실적은 ‘날개’

9일 HDC현대산업개발을 마지막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상장 건설업체의 지난해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먼저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 14조5980억원을 기록해 전년 10조9890억원 대비 32.8% 올랐다. 영업이익은 8750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48.6%나 크게 상승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0조543억원, 영업이익은 7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7%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영업이익 760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고치를 달성했다. 매출은 10조41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들은 모두 주택 비중을 낮추고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전략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한 건설사들은 고배를 마셨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8% 감소한 5820억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은 4963억원으로 전년 대비 48.2%나 줄었다. GS건설은 영업이익이 14.1% 감소해 5550억원을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163억원으로 57% 감소했다.



대형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원자재값 등의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의 건설 경기 호황 등의 기저효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도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 마진 하락, 신사업으로 공백 메워야”

당분간은 이 같은 수익성 악화가 지속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잿값 등 비용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으리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경색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올해 건설업계 경영난은 더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존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건설사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의 올해 이익 추정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이 이루어져 왔고 대부분이 주택 부문의 마진 하락에서 비롯됐다”며 “올해부터는 분양 물량의 감소가 가시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방어와 동시에 해외와 신사업 수주에 열을 올릴 때다. 그래야만 앞으로 1~2년간 이어질 주택의 실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동시에 멀티플 개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