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허위 상장’ 250억 사기…한국인 2천명 넘게 피해

by최훈길 기자
2023.02.09 18:13:10

美 SEC, 아메리트러스트 제재 결과 발표
고수익 미끼로 美 비상장주식 투자 사기
금감원 주의보 "브로커 허위정보 조심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투자 수익을 올린다는 허위 정보로 한국인 투자자 수천명이 수백억원의 사기 피해를 입었다. 미국 금융당국은 이를 적발해 제재에 나섰고, 우리 금융감독당국도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국인 투자자를 속여 투자 자금을 편취한 아메리트러스트(Ameritrust) 사주 이성열 씨의 사기성 부정거래 혐의를 적발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그는 미국 장외거래시장(OTC)에서 거래되는 아메리트러스트 주식이 뉴욕증권시장이나 나스닥에 상장될 것이라며 한국 투자자들을 속여, 2000만달러(9일 환율 기준, 252억원) 이상을 받고 상당액을 개인적으로 써버렸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이데일리DB)


SEC에 따르면 이 씨는 2019년부터 중간모집책을 동원해 수차례 한국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미국 비상장 법인인 아메리트러스트의 주식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다. 그는 아메리트러스트 사업이 번창해 뉴욕증권시장(NYSE) 또는 나스닥(NASDAQ)에 정식 상장될 경우 막대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허위·과장 정보로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그는 이같은 수법으로 2019년 이후 최소 2000명의 한국 투자자로부터 2000만달러 이상을 모집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자들에게 교부한 주식은 대부분 미국법상 합법적인 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아 거래가 불가능한 주식이었다. 그는 한국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투자자금 중 최소 400만달러 이상을 개인적으로 편취했다.



SEC는 이 씨가 상장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어떠한 절차도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메리트러스트는 7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과대계상하고 2021년 말부터 공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등 미국 증권 관련 법을 위반했다.

SEC는 미국 코네티컷 법원에 아메리트러스트와 이 씨에 대한 증권법 위반 행위 금지 명령, 자산동결, 부당이득 환수 등을 청구했다. SEC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금융위원회, 금감원의 도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관련해 금감원은 고수익을 미끼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투자 사기에 주의해달라고 밝혔다. 해외 주식 투자는 국내 주식 투자와 달리 발행사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고 사실 여부 확인도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투자 대상 회사와 브로커가 배포하는 신규 사업 등에 관한 과장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공시서류, 뉴스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의 실적, 재무상태, 사업의 실재성 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특별조사국 국제조사팀 관계자는 “특히 비상장회사일 경우 상장 추진 여부, 실적 전망 등을 확인하기 매우 어렵다”며 “상장 예정, 고수익 보장 등 근거가 불명확한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국인 투자자를 속여 투자 자금을 편취한 아메리트러스트(Ameritrust) 사주 이성열 씨의 사기성 부정거래 혐의를 적발했다고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