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후 韓 대체육 시장 2600억…기술개발·제도개선 ‘시급’

by이명철 기자
2020.07.14 18:58:35

농경연 보고서 “세계시장 2025년 21.5조 이를 것”
“국내 기술수준 4~5년 늦어, 자금조달도 어려워”
“정부 R&D 지원 확대, 규격·기준 정비 등 필요해”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쇠고기·돼지고기 등 동물 단백질 대신 먹을 수 있는 대체축산품(대체육)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벤처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 투자가 미흡하고 관련 제도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과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마트에 돼지고기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제공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KREI)에 따르면 최근 ‘대체축산식품 현황과 대응 과제’ 보고서를 통해 대체축산식품 육성을 위한 이슈 해결과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체축산식품은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나 계란과 비슷한 형태·맛으로 만드는 식물성대체식품과 식용곤충을 이용한 곤충단백질 대체식품, 동물세포의 줄기세포로 식용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 등이 있다.

세계 대체축산식품 시장규모는 2018년 96억20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이며 2019년부터 연평균 9.5%씩 성장해 2025년 178억5860만달러(약 2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세계 시장 비중이 87.2%로 가장 큰 식물단백질 기반의 대체축산식품 시장 규모가 2016년 기준 4760만달러(약 573억달러)였으며 2026년 2억1600만달러(약 2603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농경연이 국내 식품제조업체 30개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대체축산식품 관련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업체는 11개, 향후 추진할 의향이 있는 곳은 16개로 조사됐다. 주로 식물성 고기를 이용한 만두·떡갈비·가정간편식(HMR) 제품 개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며 곤충분말을 이용한 고령친화식품·암환자식·쿠키 등도 개발하고 있다.

대체축산식품 개발에는 식물성 단백질의 추출·분리·발효, 식용곤충 단백질과 지방의 추출·분리, 줄기세포 추출·분리 및 세포배양 관련된 기술을 이용하는데 국내 기술 수준은 해외에 비해 4~5년 늦은 것으로 평가했다. 단백질 소재가 한정됐고 실제 육류의 조직감·맛·풍미 등 육류 특성 모방 기술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농경연 조사에서 대체축산식품기업은 사업화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에 대해 기술 개발·확보(26.5%), 시장정보 획득(20.6%), 소비자 인식 부족(14.7%), 전문인력 부족(11.8%), 관련 규격 및 기준 규제(11.8%) 등 순으로 답했다.

국내 벤처투자회사들의 식품 스타트업 투자는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고 기술을 개발해도 제품 개발·판매로 연결될 생태계 조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대체축산식품과 안전관리에 대한 기준·규격이나 상표·광고문구 규정이 미비한 점도 어려움으로 꼽았다.

전세계(사진 위)와 국내 대체축산식품 시장 규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대체축산식품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참여자들이 협업할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농경연은 민간이 선정한 대상에 정부가 지원하는 TIPS 방식을 전반으로 확산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체축산식품 기업 대상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모기업 지원을 위한 소득·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 또는 인센티브 확대, 국제 창업박람회 등 지원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원천기술 개발·확보를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외부 조직과 연대, 기술 이전 및 거래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 기술 개발 이후 상품화 과정에서 고가 장비 대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식품클러스터 인프라를 활용하면 농경연은 전했다.

제도와 관련해서는 대체축산식품과 관련한 규격·기준을 정비하고 알레르기 예상 품목이 함유된 식품의 라벨 표시 규제 정비, 안전성 관리·감독기관 지정 등이 논의 과제다. 정책 수립을 위한 수출입 세번이나 통계분류체계 정비도 필요한 사항이다.

박미성 농경연 연구위원은 “대체축산식품이 생산·판매를 위해 다양한 업계·전문가 교류가 필요하고 대외 홍보를 위한 정보 교류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신식품 시장 확대에 따른 기존 업계와의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미래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상하고 조기에 대처할 준비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축산식품 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방향 및 추진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