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수요 감소 우려에 해운업계도 ‘전전긍긍’

by경계영 기자
2020.03.23 17:30:37

BIMCO "선박 운임, 전년보다 낮을 수도"
유휴 컨테이너 늘고 운임도 연초보다 떨어져
中 이어 美·유럽 퍼진 코로나…"일단 예의주시"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 세계로 확산하며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경기에 민감한 해운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과 함께 올랐던 운임지수는 하락하고, 놀고 있는 컨테이너 선박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아지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발틱해국제해운협회(BIMCO)는 올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의 평균 운임 수준이 지난해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해운시장 전망을 최근 수정했다. 특히 컨테이너선 평균 운임 수준은 유가 하락에도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에 따른 높은 연료비용과 수요 약화로 손익분기점을 밑돌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가 미국·유럽으로 퍼진 데 따라 커진 불확실성을 반영한 조치다.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중국 경제는 2월 제조업 산업생산지수(PMI)가 35.7로 한 달 새 14.3포인트 폭락하는 등 제조업 경기가 얼어붙었다. 투자와 소매판매 역시 전년 동월보다 20% 넘게 급감했다. 미국·유럽 등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지금, 이같은 현상이 전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종별로 보면 원유를 실어나르는 탱커선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의 감산 합의 실패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원유 생산량이 외려 늘리면서 이달 들어 운임이 크게 올랐지만 다른 선종 상황은 좋지 않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지난 2일 유휴(idle) 컨테이너선 물량은 전체 10.6%(246만TEU·1TEU는 6m가량짜리 컨테이너 1개)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1분기는 해운업계에서 비수기로 꼽힐 뿐더러 ‘IMO 2020’에 따라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려는 컨테이너선이 많아진 점을 고려해도 물동량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료=클락슨)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20일 기준 898.05로 전주보다 1.5% 떨어졌다. 연초 지수가 1022를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고점 대비 12% 넘게 빠진 셈이다.



피터 샌드(Peter Sand) BIMCO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주요국가가 격리 조치를 실시하면서 여행·관광 수요가 줄고 가계 소비에 의존하는 산업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가계가 소비를 미루고 기업이 해고, 투자 감소 등으로 몸집을 줄이면서 세계 경제성장이 기술적 침체(technical recession)에 빠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박 수요가 급격하게 줄 수 있다”며 “특히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수요 부족으로 줄고 탱커선과 벙커선 운임이 폭락(crash)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국내 해운업계도 코로나19 영향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국내 1위 선사인 현대상선(011200)은 중국에서의 2월 물동량이 전년 동월 대비 50% 아래로 급감했다가 이달 들어 회복되곤 있지만 100% 수준까지 올라오진 않았다. 현대상선은 미국, 유럽 등으로 퍼지는 코로나19 영향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의 지역별 매출액 비중은 미주 노선이 40%로 가장 크고 아시아 노선 25%, 유럽 노선 20% 등 순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노선은 현재 예정된 스케줄대로 운항하곤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해운업계가 녹록지만은 않다”며 “물동량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해운사 관계자는 “2월 중국 물동량이 줄었다가 회복하곤 있지만 코로나19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어 걱정”이라며 “아직 별 다른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연초 물동량 증가가 기대되던 상황에서 기세가 꺾일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