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감산 합의했다지만…정유사, 대규모 적자 예고에 자구책 총력
by경계영 기자
2020.04.13 18:06:22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임원 급여 반납
가동률 낮춘 공장,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
역마진·재고평가손…코로나19에 수요마저 위축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부터 국제유가 급락까지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인 정유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을 줄이는 데 합의했지만 감산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정유업계 실적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 임원은 지난달부터 직급에 따라 급여 10~15%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임원진이 급여를 반납한 이후 6년 만의 결정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달부터 전 임원이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계열사와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이 2014년 말부터 차례로 실시한 임원 급여 반납에 현대오일뱅크까지 이번에 합류했다.
다른 정유사도 비상 경영 사태에 접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현대오일뱅크는 정제공장 가동률을 최저 80%대까지 하향했고 추가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관련 제도를 도입하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들 정유사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엔 생산할수록 외려 마이너스(-)인 정제마진 때문이다. 정유사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국내 정유사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4달러 안팎에 형성돼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이달 둘째 주 현재 배럴당 -0.7달러로 4주 연속 역마진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의 원유 정제시설이 가동을 멈추면서 2월 정제마진이 4달러 수준을 일시적으로 회복했다가 다시 마이너스대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국제유가가 폭락한 이후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며 생긴 재고 평가손실 역시 정유사 실적을 깎아 먹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손실이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역대 최악의 실적으로 평가받는 2014년 4분기 영업손실 1조1500억원 규모보다도 적자가 2배 더 커지는 셈이다.
지난 10일 OPEC 13개국과 10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가 참여하는 OPEC+는 하루 97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유사가 실적을 개선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로 조만간 세계 원유 수요가 최대 20%(하루 2000만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즈 등에 따르면 원유 수요 55%가 교통 부문에서 창출되는데 코로나19로 국경 폐쇄, 이동 통제 조치 등이 이뤄지면서 교통·물류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감산량이 시장이 기대한 데 미치지 못하는 데다 수요가 받쳐주지 않아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맴돌고 있어 생산할수록 외려 손해인 상황”이라며 “1분기 적자는 불가피한 상황이고 2분기도 업황이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GS칼텍스의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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