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경제상황 따라 더 내릴 여력 있다"..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사

by안승찬 기자
2019.07.18 20:40:11

“금리인하로 당장 마지노선 간 것 아냐” 추가 인하 시사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로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와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데일리 안승찬 김경은 김정현 기자] “한국은행이 경제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은 온통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쏠린다. 연내 추가 인하 기대감도 한껏 무르익었다.

무엇보다 보수적인 성향의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앞서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먼저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은 내부의 위기감과 기류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애초 시장에서는 7월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금융투자협회가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이번 달 동결을 전망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8월 금리 인하는 연내 1회 인하로 제한하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지만, 7월 인하는 인하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로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3월 정책금리를 콜금리 목표에서 기준금리로 변경한 이후 한은은 한번의 금리 인하에 그쳤던 적은 없었다. 2008년 8월 5.25%던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9년 2월 2.0%까지 연속으로 내렸다. 2012년 7월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1.25%)까지 8개월 연속 이어졌다.

이 총재는 일본의 무역규제 조치가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성장 등 거시경제 평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한국과 일본 간의 교역규모, 산업기업 간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면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되거나 확대될 경우 수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으로 교역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본 문제까지 불어진 점은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걱정이 깔렸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대폭 낮췄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2.6%)과 정부(2.4~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 한국개발연구원(KDI, 2.4%) 등과 비교해 더 낮은 수준이다. 자칫하면 2%대 성장 달성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베어 있다.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마이너스(-)0.4%를 기록하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데다, 대외 환경도 갈수록 악화일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총재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성장률 전망치는 낮춘 요인”이라며 “잠재성장률 수준을 2.5%로 본다면 올해 전망 2.2%도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지금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졌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여력이 축소됐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한 번의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하한(기준금리 인하 마지노선)’에 근접하게 된 것은 아니다”라며 “한은이 어느 정도의 정책 여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달 전만 해도 “지금은 금리인하를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던 이 총재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이 총재는 ‘시장금리는 이미 연내 두 번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너무 앞서나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추가 인하 여부는 오늘 (금리인하) 정책의 효과도 보고 무엇보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대외변수들의 영향과 금융안정까지 보면서 판단을 할 것”이라면서 “시장과의 인식의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시장의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려면 금리 인하의 효과나 재정정책의 집행 규모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필요하고, 또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면서 통화 정책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