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 美 호황의 아이러니…韓 금융시장 '털썩'

by김정남 기자
2018.10.04 16:49:47

'매파' 파월 "美 경제 놀라운 호황"
안정적인 호황 '골디락스' 美 경제
美 긴축은 시장 충격파 '아이러니'
韓 주식·원화·채권값 '트리플 약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현재 미국 경제는 놀라울 만큼 긍정적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노동시장 지표들은 완전고용에 굉장히 근접했음을 시사한다”며 “그렇다고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위험도 없다”고 평가했다.

민간고용 시장조사 기관 ADP에 따르면 9월 민간부문 고용은 23만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18만5000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2분기 실업률은 3.9%(미국 노동통계국)로 4%가 채 안 된다. 다만 물가는 2% 중반대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 전월(2.9%)보다 0.2%포인트가량 내렸다.

‘골디락스(goldilocks)’라는 말이 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가가 안정적인 가운데 성장도 양호한 경제 호황을 뜻한다. 지금 미국이 딱 그렇다.

미국의 호황은 아니러니하게도 다른 나라에 ‘충격파’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호황과 동시에 긴축 페달을 밟다보니,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전해진 4일, 국내 금융시장도 털썩 주저앉았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채권시장에서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2.20bp(1bp=0.01%포인트) 상승한 3.1873%에 마감했다. 2011년 7월 초 이후 7년3개월 만이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6.51bp 오른 2.8679%에 마감했다. 미국 경제가 잘 나간다는 것은 곧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미국발(發) 금리 쇼크는 국내 금융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국내 주식·원화·채권값이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0.70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129.90원에 마감했다. 8월16일 1130.10원을 나타낸 이후 거의 두 달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1130.50원까지 급등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자, 상대적인 위험 통화인 원화에 대한 투자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채권금리도 급등했다.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5.1bp 상승한 2.066%에 거래를 마쳤다. 8월8일(2.0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7.4bp 오른 2.4455%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도 전거래일 대비 35.08포인트(1.52%) 내린 2274.49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5284억원어치 팔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가가 안정적인 가운데 성장도 양호한 경제 호황을 말한다. 경제학계는 1996~2005년 당시 미국 경제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유래했으며, 영국 가디언의 편집장이었던 래리 엘리엇이 이 용어를 쓰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