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받아보나"…소상공인 신속 금융지원안 본격 시행

by김호준 기자
2020.03.31 17:39:37

1일부터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신속 금융지원 실시
신용등급 따라 시중은행·기업은행·소진공으로 창구 나눠
직접대출에는 '홀짝제'까지 도입…서류도 간소화
창구선 인력 부족 호소…"행정명령으로라도 인력 보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 긴급 대출 접수가 시작된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마스크 줄서기에 이어 ‘대출 줄서기’로 원성이 높았던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정부 정책자금)에 신속 집행방안이 4월 1일부터 도입된다. 정부는 그간 대출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혼선이 끊이지 않아 상인들의 불만만 가중된 상황이다.

31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은행권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12조원 규모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 집행방안’을 4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앞서 지난 13일 정부는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대출에 필요한 보증심사 접수를 민간은행에 위탁해 창구 분산을 시도했고, 19일에는 1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12조원 규모까지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늘렸다. 또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도 소상공인 대출 지원에 동참케 했다. 소진공에서는 빠른 자금 집행을 위해 1000만원 한도(특별재난지역 1500만원) 직접대출도 시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대출 병목현상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27일 정부는 소진공 직접대출에 ‘홀짝제’를 도입하고 보증심사를 기업은행에 한시적으로 위탁하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번 정부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 집행방안은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창구를 세분화한 게 골자다. 먼저 신용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 소상공인은 14개 시중은행에서 3000만원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증 수수료가 없고, 신청 5일 내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준비자금은 3조5000억원 규모로, 초저금리(1.5%)로 지원한다. 시중금리와 차이는 정부가 80%를 지원한다. 나머지 20%는 은행이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신용 4~6등급 중신용 소상공인은 기업은행이 대출을 맡는다. 기업은행은 그간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담당하던 대출 보증심사까지 한시적으로 담당해 최대한 빠르게 자금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준비자금은 세 창구 중 가장 큰 5조8000억원이다. 다만 기업은행과 지역신보 간 전산시스템 연결 문제로 4월 1일부터는 접수만 시작한 후, 6일부터 본격적으로 보증심사를 진행한다. 시행 초기에는 누적물량 해소를 위해 대출까지 2~3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4월 하순부터는 5일 이내로 대기 기간을 줄일 계획이다.



대출 신청이 가장 많이 몰리는 소진공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은 신용 4등급 이하 저신용 소상공인이 대상이다. 대출 한도는 1000만원 이하로 적지만, 보증이 필요 없고 기존 매출 하락 정도나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대출해 준다. 별도 심사 절차가 없어 접수 후 빠르면 3일 안에 돈을 받을 수 있다는게 중기부 측 설명이다. 제출 서류도 △사업자등록증명 △임대차 계약서 △통장 사본 세 가지 서류로 대폭 간소화했다.

다만 직접대출은 쏠림 현상 방지를 위해 생년 기준 ‘홀짝제’를 적용한다. 홀수 날짜(1·3·5·7·9)에는 생년이 홀수인 이들만, 짝수 날짜(2·4·6·8·0)에는 짝수인 이들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자료=중기부)
문제는 밀려 있는 기존 대출과 부족한 업무 인력이다. 소진공 지역센터마다 많게는 1000여 건에 이르는 대출이 접수된 상황이다. 전체 600여 명에 불과한 소진공 직원 대부분이 대출 업무에 매달리느라 소상공인 컨설팅이나 폐업·사업정리, 철거 지원 등 업무는 사실상 ‘올스톱’ 상황이다. 소진공 본부 직원도 80% 이상이 지역으로 파견돼 대출 처리 업무에 투입된 상태다.

줄서기 방지를 위해 지난 27일부터 시행 중인 온라인 사전예약시스템도 서버 문제로 지역별로 오전 한 시간씩 사용을 제한했다. 온라인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고령 소상공인이 많아 현장 혼선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600여 명 직원이 630만 명이 넘는 소상공인들을 상대하는 상황이라 주 52시간을 지키기도 어렵고, 직원들도 너무 지친 상황”이라며 “공단 자체 인력으로는 원활한 대출 업무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명령이라도 발동해 인력을 보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