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에도 모임 줄고 '집콕' 늘고…코로나19가 바꾼 일상

by박순엽 기자
2020.03.05 17:26:48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 분석…생활인구 변화해
'코로나19'에 번화가 인구 줄고 주택가 인구 늘고
주말 나들이객도 감소…극장 관객은 절반 아래로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울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회식·모임 등 사람 간 접촉을 꺼리면서 시내 번화가는 썰렁하다. ‘불금’이나 주말에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 공공 데이터를 살펴 보면 최근 영화관, 쇼핑몰 등이 밀집한 지역의 생활인구가 감소했고 주거지 인구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공공 데이터와 휴대전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일·매시간 각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 데이터를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다. 5일 이데일리가 이를 토대로 지난해 2월과 올해 2월 각 생활인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각 지역 특수성에 따라 생활인구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식당·술집 등이 밀집한 시내 번화가의 생활인구는 2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모임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종로구 종로1·2·3·4가동의 2019년 2월 22일 오후 8~10시 평균 생활인구는 6만9402명이었지만, 지난달 28일 같은 시간엔 4만1123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0.7%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회식 장소로 손꼽히는 강남역 인근(강남구 역삼1동)의 생활인구는 작년보다 21.1% 줄어든 9만2289명이었다. 금융·증권회사들이 밀집한 여의도(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도 약 19.8%(7만6065명→6만1007명) 생활인구가 줄었다.

반면 아파트나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인구는 증가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리한 노원구 상계9동은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생활인구 1만6422명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1만9384명으로 18% 이상 많은 사람이 해당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아파트 단지들이 모인 양천구 목5동 역시 같은 기간 생활인구가 약 4.9%(4만1567명→4만3622명) 늘어났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쇼핑몰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는 주말 나들이객도 움츠러들게 했다. 작년 2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던 23일 오후 2~4시, 여러 백화점이 위치한 영등포역 인근(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평균 생활인구는 7만9249명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2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9일 같은 시간에는 4만7298명에 그치며 40.3%의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식당과 커피 전문점 등이 늘어선 홍대 앞(마포구 서교동)은 37.5%(12만6779명→7만9244명), 롯데월드타워 인근(송파구 잠실6동)은 36.9%(6만5788명→4만1484명)씩 각각 생활인구가 감소했다.

주말 번화가 인구 감소는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이후 더 심각해졌다. 올해 2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생활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서울 대표 관광지인 중구 명동의 인구는 차츰 감소하다가 셋째 주 토요일인 지난달 15일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31번 확진자’가 2월 17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자 닷새 뒤인 22일 명동의 생활인구는 일주일새 19.6% 감소(3만8382명→3만753명)했다. 이태원역(이태원1동) 인근에서도 이 시점을 기점으로 토요일 생활인구 감소세(13.2%)가 다시 나타났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의 변화는 다른 통계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5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영화관 관객 수는 735만8661명으로, 1월에 비해 1684만3696명에 비해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계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조사’에서도 업소 600곳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전과 비교해 음식점 고객 수가 평균 32.7%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