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한파`…증권사 CEO교체·조직개편으로 승부수 띄우나

by최정희 기자
2018.12.19 17:20:15

한투, `12년 장수` CEO 교체 이어 KB증권도 새 대표에 `박정림·김성현` 임명
미래에셋은 연임 가능성..조직개편 통해 IB강화
CEO 교체 없어도 핵심 인력 강화로 새 바람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속속 교체되고 있다. 12년 최장수 CEO였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물러났고 KB증권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각자 대표가 나란히 사의를 표하며 새 CEO를 맞이하게 됐다. CEO가 교체되지 않은 증권사에서도 조직개편과 핵심인력 승진·영입 등으로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년 증시 한파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단단히 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엔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으나 내년엔 이러한 브로커리지 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증권사들은 영업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으면서도 사업 다각화와 주특기 살리기 등에 나섰다.

KB금융지주는 19일 계열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열고 KB증권 새 대표이사에 박정림 KB금융 자산관리(WM) 총괄 부사장 겸 KB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과 김성현 KB증권 IB총괄 부사장을 선임했다. 전임 윤경은·전병조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박정림·김성현 체제로 바뀌면서 투톱 대표이사 체제는 유지된다.

KB증권이 은행 출신인 박 부사장을 증권사 대표로 앉힌 것은 은행·증권 등 계열사 협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 대표는 현재 KB금융의 WM 총괄부사장 외에 KB증권 WM부문 부사장까지 겸임했다.

여기에 현재 IB총괄을 맡고 있는 김성현 부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해 IB 업무도 강화한다. 증권사에서 IB부문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여타 증권사들이 IB출신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상황인 만큼 KB증권도 경영의 한 축을 IB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년 전, 현대증권을 인수할 당시부터 ‘한국형 BoA메릴린치’를 모델로 은행·증권을 결합, WM과 CIB(기업투자금융)부문의 수익비중을 높여가겠단 포부를 제시한 바 있다. KB증권은 18일 초대형IB의 주요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재신청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007년부터 12년간 CEO를 지냈던 유상호 사장이 물러나고 정일문 부사장(개인그룹고객장)이 사장으로 선임됐다. 정 신임 사장은 1988년 입사 후 20년 넘게 IB업무를 담당한 IB통이다. 정통 IB맨인 만큼 IB부문에서 수익을 내는데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증권은 이번 주 내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대표이사로 김원규 NH투자증권 전 사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매각설은 잠잠해지고 IB 인력 보강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자본금이 4000억원에 불과해 사업 확대를 위한 추가 자본확대 등이 있을지 주목된다.

미래에셋대우(006800), NH투자증권(005940) 등은 CEO 교체 없이 조직개편, 인재영입 등을 강화하며 각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가는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이 내년 3월 말 임기 만료이지만 조 부회장이 최근 사장에서 승진한터라 1년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8조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자본 운용 강화에 방점이 찍힌다. IB 강화를 위해 IB총괄 대표직을 신설, 김상태 부사장은 사장으로 영전했다. 트레이딩(Trading) 총괄, WM총괄 등도 신설·변경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올 상반기 22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은 김연추 투자공학부 팀장을 비롯해 김성락 본부장 등의 영입도 추진 중이다.

NH투자증권은 김태원 DS자산운용 공동 대표이사를 기관영업을 관장하는 신설부서, 홀세일 사업부 대표로 영입했다. 주식·채권 통합 운용사업부, WM법인영업본부도 만들었다. 정영채 대표 취임 후 5월 IB부문의 조직을 둘로 쪼개 조직 개편이 이뤄진 만큼 다른 부분의 사업을 강화키로 한 것이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마켓인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채권 발행 주관 1위는 NH투자증권으로 조사됐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 대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처음 만들고 12년째 이끌어온 김기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종금의 주특기인 부동산PF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메리츠종금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으로 부동산PF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조금씩 사업 다각화를 해나가고 있다”며 “작년에 처음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CEO를 교체하고 조직개편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내년 증시 환경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내년 4년 만에 증시가 박스권에 진입하면서 거래대금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들의 ‘보수적 경영’에 자금 수요도 줄어 증자 및 채권 발행 시장도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들은 이미 내년 영업 목표치를 낮추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년엔 영업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영업목표를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