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경기 회복' 강조한 한은…금리 인상은 "글쎄"(종합2보)

by김정남 기자
2017.05.25 18:03:43

한국은행, 11개월째 연 1.25% 기준금리 동결
"성장률 상향 조정" 이례적으로 강조했음에도
"인하도, 인상도 어렵다"…기준금리 진퇴양난
서울채권시장은 오히려 강세…국채금리 하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7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상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은은 매년 1월, 4월, 7월, 10월 등 3개월마다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발표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4월)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했는데, 이번에는 2% 후반대로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입이 무거운’ 한은이 발표를 두 달이나 앞두고 방향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이런 자신감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차단하려는 기색도 역력했다.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유독 강조하면서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시장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5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1개월째 연 1.25%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7월 수정경제전망 때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 호조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과 한은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설비투자지수는 전월 대비 12.9%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22.8%나 증가했다. 지난달 중 수출도 반도체와 철강 등이 호조를 보인 덕에 전년 동월 대비 24.1% 급증했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지난달 전망 이후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성장 흐름은 예상보다 더 높다”고 했다. 이 총재는 “불확실한 대외여건도 적잖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신중한 성격의 이 총재가 대선 전인 이번달 초 ‘신(新)정부 기대감’를 직접 언급하고, 이날 상향 조정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강한 톤’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제시된 2.6% 성장률은 2% 후반으로 추가 상향될 것”이라면서 “하반기 수출 호조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 신규 채용 등을 감안하면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날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는 발언을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했다. 경기가 좋은 만큼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 4년간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출처=한국은행


이 총재는 동시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닫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올해 1분기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였다고는 하지만 예년 증가 규모에 견줘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꺾였다고 확언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건 부담이 크다. 근원물가가 1%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최소한 올해는 기준금리를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재정정책의 활용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은 비정규직의 감축 방안을 긍정 검토할 것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금통위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당분간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진 데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통화정책 역할론을 딱히 중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채권시장은 이 총재의 간담회 이후 오후 들어 강세(채권금리 하락) 폭을 더 키웠다. 이 총재의 발언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비칠 수 있었지만,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시각이 더 많았던 것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0bp(1bp=0.01%포인트) 하락한 1.681%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3bp 내린 2.246%를 나타냈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2.8bp, 3.0bp 내렸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저하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