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바이오산업,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by강경훈 기자
2018.11.15 13:55:55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1년 7개월 간 논란 끝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으로 결론났다. 회사 측은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에 유감을 표하면서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법원까지 간다면 언제 끝이 날지 아무도 모를 상황이다. 그동안 시장은 불안감과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국내 대표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고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나스닥이 아닌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은 자체조사를 비롯해 한국공인회계사협회에 감리를 위탁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문제로 지적된 바이오젠 콜옵션 회계처리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문제가 없다고 회신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한 후 정권 외에는 바뀐 것이 없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금감원은 회사가치를 고의적으로 부풀렸다고 입장을 바꿨고 증선위는 금감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부 당국은 스스로의 결정을 2년 만에 바꾼 것이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한 적이 없다.



며칠 전 만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위험요인(risk factor)은 대한민국 정부”라고 말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와 R&D(연구·개발)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정부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정책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 약가를 우대해 주기 위해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FTA 개정을 이유로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높였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아야 약가를 우대받을 수 있다. 사실상 국산 신약이 혁신신약으로서 대우를 받을 방법이 사라진 것.

제약·바이오산업은 막대한 투자와 긴 R&D 과정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일관된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막는 게 정부’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