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사일 발사 정보 미국에 계속 통보”…전날 발표 번복

by박순엽 기자
2023.03.30 22:38:20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발언 번복
“러, 미사일 발사 통보 협정 자발적으로 준수해”
전날 발언 사실상 뒤집어…양국 갈등 격화 상황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러시아가 미국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발사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련 정보 제공 중단을 통보한 전날 결정을 하루 만에 사실상 번복한 셈이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사진=로이터·연합)
30일(현지시간) 로이터·AP·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정치적·법적 관점에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에 따른 모든 종류의 정보 교환과 사찰 활동이 중단됐다”면서도 “러시아는 핵무기 양적 제한을 지키는 동시에 미사일 발사 통보에 대한 미국과의 1988년 협정을 자발적으로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를 ‘선의의 표시’라고 표현하면서 이런 입장을 구두·서면 형태로 미국에 분명히 알렸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전날 발언을 사실상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앞으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에 관련 정보를 통보할 계획이다.



앞서 그는 지난 29일 “뉴스타트에 따라 이뤄지던 러시아와 미국 간 모든 정보 교환이 중단됐다”며 앞으로 미사일 시험 발사도 미국에 알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통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받았다.

지난 2010년 체결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약이다. 협정은 한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나 연장 협상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협정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 28일 자국의 핵탄두 보유 현황을 러시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러시아도 이에 대응해 전날 랴브코프 차관이 뉴스타트에 따른 정보 교환 중단을 선언하면서 ‘야르스’ ICBM을 동원한 핵전력 점검 훈련을 시작하는 등 대응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