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극우정당의 민낯‥유럽선거 판세 달라지나

by김은비 기자
2019.05.20 17:56:14

극우 자유당 소속 부총리, 러시아 스캔들 휘말려
오스트리아 연정 붕괴…조기총선 실시될듯
잇따른 스캔들..23일 유럽의회 선거 영향 미칠듯

△오스트리아 자유당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오스트리아 집권 연립정부가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 부패 스캔들로 1년 반 만에 무너졌다. 오스트리아 연정 붕괴는 오는 유럽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가능하면 9월 초 조기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오스트리아 제 1당인 우파 국민당을 이끄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자유당과 연정을 파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쿠르츠 총리는 “이제 (자유당과의 연정은) 할 만큼 했다”며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가능한 빨리 총선을 실시할 수 있도록 날짜를 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연정 파기는 자유당 소속인 슈트라헤 부총리의 ‘러시아 부패 스캔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독일 슈피겔은 17일 슈트라헤 부총리가 러시아 신흥재벌의 조카라고 밝힌 여성에게 정치 후원을 해주면 오스트리아 정부 사업권을 부풀려진 가격에 넘기겠다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총선을 3개월 앞둔 2017년 7월 스페인 이비사 섬에서 찍힌 것으로 보인다.

영상이 보도된 후 자유당은 불법적으로 촬영된 영상이라며 법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내 파문이 커지자 슈트라헤 부총리는 “멍청하고, 무책임한 실수였다”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러시아 스캔들 이전에도 인종차별적 발언과 극단적 극우 단체와 연계 등으로 물의를 빚은바 있다.

AP는 이번 스캔들이 유럽의회 선거로 유럽연합(EU)내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고자 했던 유럽 극우 정당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유당은 유럽에서 가장 잘 조직된 극우 정당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스캔들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 반유럽통합, 반이민 정서을 내세우는 극우정당의 약진이 예상됐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의회를 지배해온 중도파의 과반이 무너지고 극우정당 점유율이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유럽이 겪은 재정위기에 이슬람 국가(IS)의 테러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헝가리, 슬로베니아 등에는 이미 극우정당이 참여한 정권이 수립됐고, 네덜란드와 스웨덴에선 극우정당이 각각 제2당과 제3당 자리를 꿰찼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극우정당이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 부패 스캔들과 프랑스 극우정당 지도자 르펜 역시 EU 공금을 유용하고 러시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유럽에서 증가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가치관을 파괴하는 포퓰리스트에 대해서 EU 회원국들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당은 1950년 히틀러의 친위대 장교들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창설했다. 이후 줄곧 비주류로 머물다 2017년 오스트리아 제 3당으로 입당했다. 같은 해 12월 원내 1당인 국민당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이로써 자유당은 유럽 최초로 내각에 참여하는 극우 정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