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지주, ‘자회사 매각’에 지배구조 개선될까

by박태진 기자
2019.06.26 18:12:45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위반 리스크 제거
작년 합병 후 보람 등 주력 계열사 선진에 넘겨
“매각 규모 작아 주가·사업 영향 제한적”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하림지주(003380)가 자회사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 관심을 끈다. 지난해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으로 탄생한 하림지주는 앞으로도 계열사 지분 정리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지배구조를 간단하게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림지주는 지배구조 개선 및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위반사항 해소를 목적으로 농업회사법인 한사랑의 보유지분(27.9%) 전량을 매각키로 했다고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처분 주식수는 5만200주이며, 처분금액은 약 19억8700만원이다.

지주사의 지배구조 단순화는 물론 행위제한 요건 위반사항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림홀딩스와 선진지주, 제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등 4개의 지주회사를 단일 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 지난 8년간 노력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들의 지분율이 얽혀 있었고, 이번 매각은 효율적인 경영 및 운영을 위해 유사 업종의 계열사를 한데 묶는 과정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사랑의 경우 원래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다”며 “다만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분율 40% 미만의 계열사는 자회사로 둘 수 없다는 관련 법률을 내세워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에 나서자 따라 리스크 요인 조기 제거를 위해 이번에 팔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8조의2)’에서는 지주회사의 경우 상장사에 대해서는 지분율 20% 이상, 비상장사는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자회사로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사랑은 비상장사로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팔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림지주는 한사랑에 대해 이미 매각 과정을 거치고 있었기 때문에 공정위 제재에 따른 유예기간(1년)을 채울 필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림그룹은 2011년 4개 지주사로 출발했다. 이듬해에는 하림홀딩스가 선진지주를, 제일홀딩스가 농수산홀딩스를 각각 흡수합병했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7월 합병 이후 지배구조 개선 및 계열사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람농업회사법인을 그룹 내 양돈 계열사인 선진에 넘긴 것이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사료제조회사 2곳을 선진에 매각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계열사들의 이동을 통해서 실질적인 단일 지주회사의 모습을 갖춰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전거래일대비 1.75% 하락한 1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 규모가 크지 않아 주가나 향후 사업 개선에 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 입장에선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면 긍정적이겠지만, 규모를 많이 따진다”면서 “하림지주의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는데 한사랑의 매각 금액은 20억원이 채 안돼 의미부여가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장 기업을 좋은 가격에 팔고, 그걸로 주주가치제고를 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린다면 지배구조가 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일단 자회사를 매각을 했다는 것은 유동성 카드를 한 장 들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추후 어떤 식으로 사용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주가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을 영위하는 팬오션과 식품산업의 하림, 축산업의 선진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좋아지면 지주도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전세계 벌크선 노후화에 따른 팬오션의 수혜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한 하림이 영위하는 양계사업이 대체재로 부각될 시 하림지주도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