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르게' 차별화 나서는 화학업계

by경계영 기자
2020.08.13 17:32:17

고부가·스페셜티 제품으로 차별화해
큰 변동성 속 실적 안정성 높이려는 취지
LG화학, 2022년까지 차별화 비중 20% 확대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도 고부가 포트폴리오 구축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기술 차별화 제품을 중심으로 육성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 나아가는 것이 기본 방향입니다.”(이호우 LG화학 경영전략담당)

“범용과 다른 스페셜티 제품의 비중을 높이면서 어떤 시황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케미칼 사업부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한화솔루션 관계자)

국내 화학업계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진행한 설명회에서 한목소리로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높은 부가가치 혹은 스페셜티를 보유한 제품으로 차별화해 변동성이 큰 화학업황 속에서도 실적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은 니트릴라텍스(NBL)과 탄소나노튜브(CNT) 등 차별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내년 1분기까지 CNT 생산능력(capa)을 1200t 늘린 1700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CNT는 전기·열 전도율이 구리·다이아몬드와 동일하면서도 강도가 철강 100배에 달하는 신소재로 증설 물량 상당수를 배터리(이차전지) 양극재의 도전재(리튬이온의 전도를 높이는 물질)에 쓸 방침이다.

라텍스장갑을 만드는 원료인 NBL 역시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라텍스장갑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외에도 엘라스토머(Elastomer), 메탈로센계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차세대 고흡수성수지(SAP), 친환경 라텍스 등 기술 차별화 제품의 매출액 비중을 2022년까지 전체 2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전남 여수에 있는 LG화학의 CNT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롯데케미칼(011170)은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설비를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설비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PIA를 생산하는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7개 업체에 그치는 데다 롯데케미칼이 연산 52만t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어 경쟁 우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PIA는 특수페인트, 코팅제 등의 원료 혹은 PET병 투명도를 높이고 내수성·광택성 등을 강화하는 원료로 쓰인다.

코로나19 등으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항균 플라스틱 소재인 ‘에버모인’(evermoin®)도 주목받는다.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는 등 의료용 제품부터 위생·주방용품, 가구, 생활가전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항균 소재 에버모인을 적용한 화장품 용기. (사진=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009830)은 수년 전부터 친환경 가소제인 에코데치(ECO-DEHCH)와 산업용 접착제인 수첨석유수지, 광학렌즈 소재인 자일릴렌 디이소시아네이트(XDI) 등 독자 개발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차례로 상업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에코데치는 하반기 증설 완료를 앞두고 있다. 에코데치는 고무나 플라스틱에 첨가해 가공성을 개선시키는 제품으로 일반적으로 쓰이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것과 달리 친환경적이면서도 품질을 대폭 개선시켰다.

한화솔루션이 개발·생산하는 친환경 가소제 에코데치. (사진=한화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