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금융위, '부동산 대출규제' 놓고 미묘한 온도차

by장순원 기자
2020.06.11 18:12:54

홍남기 "경각심 갖고 있다" 강력 구두경고
은성수 "전제인 시장불안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부 내부에서 추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둘러싸고 미묘한 온도차이가 감지됐다. 경제 컨트럴타워인 기획재정부는 강경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반면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신중한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경제부총리는 11일 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주택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처를 주저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등의 주택가격은 12·16 대책 이후 전반적 안정세가 유지되고 일부에서는 하락 전망도 내놓고 있으나 저금리 기조, 풍부한 유동성 등에 바탕을 둔 주택가격의 재상승 우려도 공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서울, 수도권 규제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고 비규제지역의 가격 상승세도 지속 포착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예의 점검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비상경제본부 회의는 통상 ‘코로나19’ 사태의 지원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인 부동산시장을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실제 코로나 사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3개월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청주 등 일부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비상경제회의 브리핑에서 “정부는 가용 가능한 다양한 수단이 있다”며 “규제지역 지정을 추가로 할 수도 있고 대출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의 보도대로 저점을 치고 올라가거나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이 있다면 추가 규제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규제의) 전제 조건인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 언론과는 생각과 평가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하는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본 뒤 추가 대출 규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편 것이다. 앞서 부총리의 구두경고와 견주면 원론적 수준에 그친 대답이다.

금융위는 부동산 규제 전선의 최일선을 맡고 있다. 대출 규제가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지난 12·16 대책에서는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대출을 틀어막는 고강도 조치까지 내놨다. 대책 발표 직후 평등권,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냈을 만큼 시장의 반발이 컸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대출 규제에 의존하기 보다 공급확대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주택수급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에 의존하는 것은 효과가 일시적이라 시장의 내성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