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무작정 찾아간 배재훈의 반전…현대상선 재도약 순항

by김미경 기자
2019.07.02 19:48:17

컨테이너 해운 경헙 없는 非전문가 출신
지난 3월말 취임 당시 우려 목소리 많아
현장경영·글로벌 선사 스킨십 강화 힘써
최대 난제 해운동맹 정회원 가입 이끌어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사진=현대상선).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대표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이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한 곳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회복할 길이 열렸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와 한국 해운재건의 특명을 받고 등판한 배재훈 사장의 과감한 현장경영의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 사장은 올해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배 사장은 오는 4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정회원 가입을 이뤄냈다. 지난 3월27일 취임 당시만 해도 영업력 강화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의 산적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컨테이너 해운 경험이 없는 비(非)전문가 출신인 데다, 대표직을 지낸 범한판토스의 경우 LG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아 위기관리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배 사장은 1983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뒤 LG반도체 미주지역법인장과 LG전자 MC해외마케팅 부사장을 지낸 ‘LG맨’이다. 2010~2015년엔 물류업체인 범한판토스 대표를 역임했다. 산업은행 관리체제에 놓여 있는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무려 16분기 연속 적자다. 2011년 이래로는 9년째 영업적자에 빠져 있다. 그나마 올 1분기엔 전년동기대비 37.9% 감소한 105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러한 영업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해운동맹 가입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배 사장은 취임 직후인 4월 초반부터 주요 화주·글로벌 선사를 돌며 협력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해왔다. 런던에 있는 국제해사기구(IMO)를 방문해 황산화물 규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덴마크와 스위스를 잇달아 찾아 해운동맹을 맺고 있는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MSC와의 스킨십 강화에 힘썼다.

일부 외신들은 당시 해외 출장길에 오른 배 사장의 유럽 데뷔전을 놓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배 사장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느슨한 관계(loose relationship)이거나, 자칫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해운동맹 가입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취임 3개월여만에 반전에 성공했다.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이라는 최대 난제를 푼 현대상선은 화주의 신뢰 회복은 물론 영업 협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 얼라이언스는 독일의 하팍로이드(Hapag-Lloyd), 일본의 원(ONE), 대만 양밍(Yang Ming)이 2017년 4월 결성한 해운동맹으로 현대상선은 내년 4월부터 10년 간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내년 2분기 이후 적자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 2분기 새로운 해운동맹 협력을 개시하면 높은 용선료(선박 임대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차례로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투입되면 고효율·저비용 사업구조 개편을 적극 추진할 수 있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배재훈 사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현장 중심의 체질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2020년 IMO 환경규제와 초대형선박 20척 인도 등 주요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실적 개선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