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관용 기자
2017.11.22 20: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불편한 날의 연속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권영환(중령·육사54기) JSA경비대대장 얘기다. 22일 유엔군사령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은 지난 13일에 있었던 북한군의 귀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미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질주하는 귀순자 지프 차량을 우리 군과 유엔군이 포착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판문각에서 차량 쪽으로 달려가는 북한군인들과 귀순자를 향해 사격을 가하는 장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그를 뒤쫓던 북한군 추격조 1명이 군사분계선을 몇 걸음 넘어왔다 황급히 되돌아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CCTV 영상 시간으로 13일 오후 3시14분부터 3시15분까지 불과 1~2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3시 17분에 찍힌 영상에는 김일성 친필비 앞에 소총과 방탄모 등으로 무장한 북한군 증원병력 약 10명이 집결한 장면도 있었다. 우리 군이 대응사격에 나섰다면 자칫 국지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짐작케했다.
하지만 권 중령을 포함한 JSA경비대대원들과 우리 군은 책임론에 휩쌓였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에서 왜 대응을 하지 않았느냐며 ‘경계실패’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영상에선 대응사격 이전에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는 당시 권 중령의 판단이 옳았다는게 확인됐다. 유엔사가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발생한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건을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JSA 경비대대 소속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인 판단을 지지한다”고 평가한 이유다. 북한군의 총탄이 우리 군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무작정 대응사격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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