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카카오에 게임모델 접목하려는 남궁훈

by김현아 기자
2022.02.28 17:49:20

6년간 변하지 않은 건 ‘솔직함’
리더십의 요체는 ‘임직원들의 삶을 윤택하게’
메타버스로 갈 것…카카오브레인의 AI에 카카오엔터의 IP
정액제 기반 구독경제 대신 B2C2C 모델 관심
게임아닌 커뮤니티향 서비스에서도 통할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지난 24일,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출입기자들과 온라인에서 만났습니다.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CEO)가 되기 전에 기자들과 공식 행사를 연 것은 이례적이죠. 그는 “이런 케이스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카메라를 켜 달라, 안 그러면 독백 느낌이 난다”고 기자들에게 요구할 만큼 격의 없었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게임총괄 부사장이 2016년 1월 28일 서울 광화문 나인트리 컨벤션 그랜드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6년 카카오 게임사업 방향 및 전략을 공개했다. (사진=카카오 제공)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2022년 1월 24일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참석해 발언 중이다. (사진=카카오)


그를 실제로 본 것은 2016년 1월 게임총괄 부사장 자격으로 카카오 플랫폼 게임 수수료 변경 정책을 발표했을 때죠.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입점하려면 21%의 수수료를 내야만 해서 게임사들의 불만이 컸는데, 이날 자사 광고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0%에서 21%까지 차등화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도 그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죠. 중소 게임사들에게 ‘지상파 방송에 지출되는 광고비가 많다, 그런데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우리 플랫폼으로 와서 부분 유료화외에 광고기반 무료 서비스, 완전 정액 유료화 등으로 사업모델을 다양화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했습니다.

인터넷 회사 임원이 지상파 방송의 광고 효과를 공개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놀랐지만, 그가 기자회견 내내 앉지 않고 무대를 오가며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한명 한명 눈을 맞췄던 일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당시 다른 취재원에게 “카카오 남궁훈 부사장 대단하더라. 소통의 달인”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6년이 지나 카카오를 책임지게 된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여전했습니다. 머리는 시원했고, 옷은 촌스러웠죠. (그는 카카오를 상징하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었는데 옷에 새겨진 영문 글자가 너무 커서 놀랐습니다. 홍보실도 깜놀이었다고 하더군요.)

남궁훈 CEO 내정자는 “김범수 의장님이 CEO를 하라고 하셨을 때 두렵고 고맙고 원망스러웠다”면서도 “내정 둘째날 금요일에 사내 게시판(아지트·실명게시판)에서 전사원과 소통하면서 용기를 얻었다. 금요일 밤 8시 정도에 소통을 시작했는데, 밤 12시 정도까지 소통이 이어져 마치 채팅하듯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열정적인 직원이 함께 한다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습니다.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소통을 좋아하는 듯 하죠.

그는 민생을 챙기는 게 리더십이란 생각도 전했습니다. 남궁 내정자는 “‘웰컴투동막골’ 영화를 보면 인민군이 촌장에게 “위대한 영도력은 어디서 나옵니까?” 라는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촌장이 “많이 맥여야돼” 라고 답을 했는데, 대표를 맡으면서 잊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한다. 임직원들이 일하는 이유의 바탕에는 원초적으로 가면 스스로 배불리 먹고,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의리나 애정이나 사랑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임직원들의 연봉이나 복리 후생에 대해서는 많이 신경쓰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2022년 연봉 관련해 “전년 예산 대비 15%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아지트에 글을 올리기도 했죠.

이런 생각은 골방에서 고생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면 충분하다는, 사람이 좋아서 함께 한다는 혁신기업의 초기 문화와 다릅니다. 카카오가 이번에 10년 넘게 써왔던 카카오 공동체라는 이름을 바꿔, 사업과 전략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인 카카오 얼라인먼트센터(CAC)를 두고 계열사를 관리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평가됩니다.

남궁 내정자는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꾸고 몰입형 온라인 세계에 집중하는 것처럼, 카카오 역시 자기만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페이스북(메타)은 오큘러스를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물리적 디바이스로 키우려는 반면, 카카오는 그런 것은 없죠. 오히려 게임의 상상력을 합치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가 언급한 것은 ①텍스트 기반의 메타버스(지인기반인 현재의 카카오톡에 인공지능(AI)과 MMORPG의 롤플레잉 개념을 접목해 바꾸는 것)와 ②이미지나 영상 등 멀티미디어 형태소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메타버스(비지인이 즐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반)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남궁훈 내정자는 “지인 기반 카톡은 확산은 쉽지만 한국 서비스를 못 넘어간다. 오픈채팅은 지인 기반이 아니어서 글로벌향으로 확산이 쉽다”면서 “카카오가 중간에 서서 카카오브레인(AI회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과 협력해 만들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카카오톡 안에서 나의 역할을 가족구성원인 나와 회사구성원인 나로 나누고, 나를 닮은 AI로 부캐(부캐릭터)를 여럿 만들어 각 채팅방마다 나인냥 소통할 수 있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그런데 제가 놀란 점은 카카오가 만들 메타버스 플랫폼에 AI나 블록체인을 합치거나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정액제 기반의 구독경제를 넘어서는 게임의 사업 모델을 언급한 부분이 놀라웠죠.

사실 ‘구독’은 공유경제보다 최근 들어 더 주목받는 아이템입니다. 카카오만 해도 ‘구독온’, ‘카카오뷰’ 같은 구독 서비스가 있고, SK텔레콤 ‘T우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등 세기도 어렵죠.

그런데 이날 남궁 내정자는 구독서비스가 마치 과거 모델인 것처럼 언급했습니다. 그는 “게임의 경우 처음에는 패키지 판매만 있었고 그러다 월정액 모델로 변했다. 지금은 자기가 보유한 자산만큼, 자기가 즐기고 싶은 만큼 돈을 내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업계는 이미 페이유저를 늘릴 전략에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멜론 등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중요한 요소가 B2C2C(사업자와 개인 간 거래, 개인 간 거래 모델의 결합)나 대체불가능토큰(NFT)”이라고 했습니다.

즉, 정액제 구조에서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 수를 늘리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고객이 욕구를 충분히 누리는 대가로 10만 원, 100만 원을 낼 수 있는(또는벌 수 있는)전략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카카오의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의 반감없이 어떻게 구현될지 관심입니다. 아직 카카오톡은 게임이 아니라 커뮤니티향 서비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