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 이상 올랐다"는 분양가, 얼마나 낮아질까

by김용운 기자
2019.11.06 17:30:50

국토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발표
김현미 장관 "서울 분양가 1년간 4배 이상 올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시 시세보다 30% 낮은 가격 분양 가능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선정된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정부가 6일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상한제)적용 지역으로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수요가 많은 지역의 분양가를 제한하면 결국 서울 시내 아파트 공급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는 무주택 청약자들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 주변의 아파트 시세보다 최대 30% 낮은 가격에 분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5년 7월 이후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서울 집값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 앞서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집값(시세)보다 무려 4배 이상 올라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 중에서 동별 단위로 상한제 적용 지역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간 서초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3692만원에서 4820만원으로 30.55%가량 올랐다. 매매가 상승에는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5월 GS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분양한 방배그랑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687만원이었다. 로열층에 옵션등을 추가하면 5000만원에 육박했다. 통상적으로 주변시세 보다 일정 부분 저렴하게 책정하는 분양가임에도 주변 시세보다 낮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강남 일대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은 국회에서도 있었다. 지난달 초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방배그랑자이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가격을 추산한 결과 토지비 1757만원, 건축비 645만원으로 3.3㎡당 총 2402만원 밖에 안 되더라”며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재건축 아파트들이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실제 분양가의 절반으로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정 대표의 주장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기존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분양가보다는 5∼10%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받지 않는 대신 택지비와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한 뒤 지자체 심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 부활을 처음 예고할 당시에는 “주변 시세 대비 70~80% 정도로 분양가가 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주거 선호가 높은 지역의 일반분양을 노리는 예비 청약자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는 청약에 당첨만 된다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새 아파트로 입주할 수 있는 기회다. 향후 시세 상승 확률도 높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에 전세로 거주하는 맞벌이 직장인 김모(37)씨는 “분양가상한제로 공급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 수요자 입장에서는 지금 살고있는 지역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새 집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청약을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상한제 적용지역을 지정하면서 투기 규제책도 강화했다. 상한제 적용지역에서는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연장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2~3년의 실거주 의무도 부과할 계획이다. 일부 청약예정자들은 이를 피해 아예 시기를 당기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건설업계도 재건축·재개발 상한제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인 내년 4월 말까지 ‘밀어내기’ 분양이 빈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높은 분양가가 건설사와 조합에게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투기과열지구내 분양 예정인 물량은 4만 8000여가구다. 이 가운데 상한제 적용지역은 10개 단지 2만7000여가구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옛 MBC 부지에 짓는 일반개발사업 ‘브라이튼자이’와 리모델링 사업인 강남구 대치동 ‘대치선경3차’를 제외한 8개 사업장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로 유예기간인 내년 4월 말 이전에 분양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토부는 향후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 등 시장 불안 우려가 다시 발생하면 상한제 지역을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상한제는 8일부터 시행하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내년 4월28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받는다. 이 외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부동산 과열이 재현되는 경우에는 재지정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