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부동산 집중'…2.4조 부메랑 개인투자자 손실 현실화

by송주오 기자
2024.02.22 19:10:30

북미·유럽에 투자액 80% 집중…추가손실 우려
금감원 "감내 가능…스트레스테스트 문제 없어"
올해 만기 부동산 펀드 8개중 3개서 손실 가능
"해외 투자 모범 규준 준수 여부 검사할 것"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북미와 유럽의 부동산 시장에 집중한 전략이 국내 금융사 투자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2조원이 넘는 투자금이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해외부동산 투자는 공모펀드로도 이뤄졌는데 개인투자자의 손실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판매 과정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작년 9월 말 기준 56조 4000억원이다. 이는 금융권 총자산(6800조원)의 0.8%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보험이 31조 9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은행 10조 1000억원, 증권 8조 4000억원, 상호금융 3조 7000억원, 여신전문 2조 2000억원, 저축은행 1000억원 순이다.

현재 투자액 중 평가손실률은 5.9%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조 3000여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규모는 2조 4600억원이다. EOD가 발생하면 선순위 투자자의 매각 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후순위 투자자는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북미와 유럽의 부동산 시장 악화가 악영향을 끼쳤다. 2022년 6월 149.9를 기록한 미국의 부동산 가격 지수는 올해 1월 121.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럽도 125.3에서 98.3으로 주저앉았다. 국내 금융사 해외부동산 투자의 80%가 북미와 유럽에 집중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급락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도 있다.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보는 “올해도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일정 부문 있을 수 있지만 그 폭은 지난해보단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의 부동산 자산에서 일정부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금융사의 전체 투자 규모에서 유럽 비중이 19%이므로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손실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대형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공모펀드는 총 21개로 2조 3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는 9000억원(8개) 규모다. 이미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2호는 배당 유보를 결정했고, 나머지 2개(미래에셋맵스미국9-2호·하나대체투자미국LA1호)의 펀드도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어 손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수익자 총회 과반수 동의 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으나,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

내년에 만기 도래가 예정인 펀드 중 설정액 1470억원의 미래에셋 맵스미국 11호는 이미 배당유보 상황이 발생했고, 한국투자뉴욕오피스1호는 배당유보를 결정했다.

김 부원장보는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모범규준을 마련해 투자 시 금융회사가 준수할 절차를 규정해 뒀다”며 “앞으로 금융사 검사 시 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부분을 검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해외 부동산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사가 적정 손실을 인식하고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금융회사·자산별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해 만기임박 자산 등에 대해 금융회사의 대응계획을 선제적으로 파악·관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