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땐 내리고 올릴 땐 안올리는 이상한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by문승관 기자
2021.06.16 17:49:44

이달 21일 결정…국제유가 올라 전기료 반영해야 하나
인플레·공공물가 상승 자극 우려에…정부, 유보 가능성
‘연료비연동제’ 도입 유명무실 우려…“결국 국민 부담”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계량기의 모습(사진=뉴스1)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7월부터 적용하는 3분기 전기요금이 이달 21일 결정된다. 전력업계는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인상요인이 있지만 결정권을 쥔 정부가 요금을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부터 요금 할인혜택이 대폭 축소되는데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도입한 연료비연동제는 정부의 통제에 갇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유가 하락을 이유로 올해 1분기(1∼3월) 요금을 kWh당 3.0원 낮췄다. 반면 인상요인이 발생한 2분기에는 요금을 동결했다. 인하요인만 적용하는 반쪽짜리 연료비연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15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3분기 전기요금 변동안을 제출했다.

3분기 전기요금은 3∼5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한다. 한전은 이날 5월 국제유가 통관기준치를 확인한 후 이를 근거로 3∼5월 연료비 변동치와 제반 원가를 산정한다.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변동안 적용이나 유보 등을 결정해 한전에 전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변동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단기간 내 유가가 급상승하는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도록 조항을 뒀는데 이 조항을 발동할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5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64달러 수준으로 2분기 기준 시점이 된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가격 55달러보다 16.4%가량 올랐다. 연료비연동제 도입 취지대로라면 3분기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야 하지만 전력업계는 산업부가 요금을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국제유가도 급격히 오르는 추세여서 자칫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지난 2분기에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kWh당 2.7원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을 고려해 인상분 적용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만일 산업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법적 최고선인 kWh당 3.0원에 불과해 지난 1분기 인하분을 되돌리는 데 그친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력생산을 위해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연료를 투입하는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을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요금에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값싼 전기요금이 국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거란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지서에 쓰여있어야 할 요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그만큼의 차액을 결국 세금으로 대신 내고 있는 것뿐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2분기 전기요금 결정 내용(자료=한국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