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주요 산성서 통일신라·조선시대 우물 발견됐다

by김은비 기자
2020.08.13 17:04:46

'부여 가림성' 조사 중 확인
"성내 배수체계 살필 주요 자료"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백제 사비도성을 보호한 거점산성 ‘부여 가림성(사적 제4호)’에서 통일신라 시대와 조선시대에 사용됐던 집수정(성내에 식수 등의 물을 모으기 위한 우물) 2기가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부여군·백제고도문화재단과 함께 정부혁신 과제의 하나로 추진 중인 부여 가림성에 대한 발굴조사 중 이를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부여 가림성은 ‘삼국사기’에 501년(백제 동성왕 23년)에 쌓았다고 기록돼 있다. 백제 시대 성곽 중 유일하게 연대와 당시의 지명을 알 수 있는 곳이다. 또 부여 일대의 석성산성·증산성·청마산성 등과 함께 사비도성을 보호하는 거점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 집수정은 길이 4.9m·너비 4.5m·깊이 2.3m에 평면은 사각형 형태로 내부에서 △조선 시대 분청사기 조각 △기와 조각 △말머리 토우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조선 시대 중기에 축조됐다가 가림성이 폐성되는 17~18세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집수정은) 북성벽에서 조사된 성내의 물을 흘려 내보내기 위한 시설물인 수구지와 함께 조선 시대 성내 배수체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전했다.



통일신라 시대 집수정은 조선 시대 집수정의 하층과 가림성 북성벽 사이에서 확인됐다. 길이 15m·깊이 2.8m 이상의 크기로 평면은 원형을 띄고 있다. 물을 가운데로 모으는 집수정과 그 외곽에 돌로 축조한 물을 차단하는 시설, 배수를 겸한 수로가 돌아가는 형태로 부여 석성산성에서 확인된 집수정과도 유사하다.

관계자는 “내부와 주변 토층 조사를 통해 집수정의 최초 축성 시기와 축조 방식을 명확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림성은 1996년 동문지와 남문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2011년과 2015~ 2018년까지 총 6차례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지금까지 △동문지와 남문지의 축조 형태 △백제 시대 성벽 축성법 △백제~조선 시대 개축한 성벽 흔적 △조선 시대 수구지 △정상부의 평탄지에 자리한 건물지 등이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북성벽 내측부에 대한 수구와 집수 시설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9월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부여 가림성에서 확인된 통일신라시대 집수정 세부 모습(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