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내각 발맞춘 일본은행…"대규모 금융완화 유지"

by김혜미 기자
2020.09.17 16:47:06

단기 정책금리 -0.1%·10년물 국채수익률 제로 유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전망 첫 개선…"회복 시작"
전문가들 "BOJ, 스가 내각 발맞춰 당분간 관망할 것"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일본은행(BOJ)이 기존의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좀더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경기부양조치는 내놓지 않았으나 여지는 남겨뒀다.

17일 로이터와 재팬타임스 등에 따르면 BOJ는 이틀간 진행된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단기 금리는 마이너스(-)0.1%, 10년물 국채수익률을 제로 수준으로 유도하는 장기금리조작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8대 1로 내려졌으며 앞서 전문가들은 BOJ가 이번 달 회의에서 정책상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날 BOJ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개선된 경제 전망을 내놨다. BOJ는 성명에서 “일본 경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지만, 기업활동이 점진적으로 재개되면서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해외 경제 역시 ‘심각한 불황 상태’에서 개선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외 생산 흐름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소비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BOJ는 “팬데믹이 전세계 국가들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일본 경제의 개선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기존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강력한 통화 완화를 지속해 경기부양과 물가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로다 총재는 “BOJ는 기업자금 지원과 시장 안정화 방안 같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조치들을 지속해나가겠다”며 “기업 이익과 일자리 증가, 임금 상승과 동시에 점진적인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통화 완화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BOJ의 이번 결정은 전날 새로 출범한 스가 내각의 정책 기조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마사키 구와하라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스가 총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길을 계속 가고싶다고 언급했던 점에 주목했다. 그는 “새 내각 출범 이후 통화정책에 변화를 준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어떤 큰 변화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부야쓰 아타고 오카산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새 내각이 안정될 때까지 BOJ는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한 관망하면서 정책 효과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전망이 다소 개선되고 있으므로 소비자물가가 단기적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다해도 BOJ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