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뒤안길로 향하는 한진해운, `눈물의 정리매매` 시작

by이명철 기자
2017.02.23 15:34:47

한때 4만원 넘던 주가, 정리매매 첫날 300원 ‘뚝’
매수 열 올렸던 개미들 피해…폭탄 돌리기 우려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글로벌 해운선사 한진해운(117930) 주식의 ‘눈물의 정리매매’가 시작됐다. 한때 세계 해운 시장을 호령했지만 파산 선고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이후 폭탄돌리기식 매매거래를 벌이던 개인투자자들 또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정리매매를 시작한 한진해운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60.26% 폭락한 3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09년 12월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000700))로부터 분리돼 나온 한진해운은 확고한 해상 점유율을 바탕으로 2011년 1월에는 주가가 4만원을 넘기도 했다. 이후 지속적인 유가 상승·운임 하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지난해 3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신청했다. 같은해 8월말 법정관리를 신청하던 무렵에는 주가가 1000원대까지 내려갔다.



이때부터 주가 변동성을 이용한 개인투자자 중심의 차익거래가 이뤄졌다. 주가 또한 상한가와 10~20%대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이달 2일 회생절차 폐지 소식으로 780원에 거래가 정지됐고 17일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서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됐다.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나온 후 지난해 9월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개인은 총 이 회사 주식 986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604억원, 272억원씩 팔았다. 이 기간 동안 주가는 75% 가량 떨어졌다. 만약 법정관리 신청 후 1000만원 어치 주식을 산 투자자라면 약 반년만에 250만원만 남은 셈이다.

이날은 주가가 급락했지만 막판 변동성을 키워 차익을 얻으려는 매매거래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15일부터 정리매매를 진행한 프리젠(060910)의 경우 최고 454% 급등하거나 30~40%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폭을 보였다.

다만 한진해운은 단순 상장폐지가 아닌 파산이므로 재상장 여지가 없기 때문에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회사가 현재 파산 진행 중으로 채무를 완제한 후가 아니면 회사 재산을 주주에게 분배하지 못하는 만큼 투자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결국 한진해운 투자에 열을 올렸던 ‘개미’들만 남은 물량을 떠안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진해운 정리매매는 다음달 6일까지 7거래일간 진행되며 이후 7일 상장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