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뒷심’ 보여준 韓조선…수주목표 달성 80% 근접

by김정유 기자
2020.12.23 17:05:06

현대重그룹 최근 일주일간 2.8조 규모 수주 랠리
연초 목표대비 달성률 91%, 작년 달성률 앞서
삼성重도 3일간 1.6조 수주, 목표 달성 7부 능선
잠재수요·EU 규제 영향에 내년 수주 14% 증가 전망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주가뭄에 시달렸던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무서운 뒷심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연초 목표대비 평균 80%에 육박하는 수주 달성률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 같은 뒷심에 내년 수주 전망도 나쁘지 않다. 코로나19로 미뤄진 잠재 수요와 유럽연합(EU)의 규제에 대비한 수요 등이 겹치면서 내년 국내 조선업 수주량이 올해보다 소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3사 12월 ‘수주랠리’, LNG운반선 수주 잇따라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현대중공업그룹(한국조선해양(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목표치대비 평균 달성률은 77%로 나타났다. 지난 10월만 해도 목표 달성률이 절반(50%)에도 미치지 못했던 조선업계가 이달 들어 수주를 몰아치며 무서운 뒷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추진선 수주가 잇따르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잔고 확대와 동시에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현대삼호중공업을 통해 파나마·버뮤다 소재 선사로부터 총 6122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2일에도 LNG운반선 3척을 6072억원에 수주했고, 지난 21일엔 1만3200TEU(20피트 컨테이너 크기)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2척, 소형 석유운반(PC)선 1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총 5820억원에 계약했다. 지난 16일에도 LNG운반선 4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등 1조원 규모의 수주를 따내면서 최근 일주일간 무려 2조8000억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까지 총 116척, 100억 달러를 수주하며 연초 목표치(110억 달러)대비 달성률을 91%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총 130억 달러를 수주하며 목표대비 달성률 82%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달성률을 이미 앞서며 코로나19 속에서도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 역시 이날 오전 총 815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4척 수주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1일부터 3일간 LNG운반선만 총 8척을 수주했다. 수주액으로 따지면 1조630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올해 누계 수주 실적은 36척, 55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삼성중공업이 당초 올해 수주 목표치로 내세웠던 84억 달러의 7부 능선(65%)을 넘은 셈이다.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날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LNG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1조836억원에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LNG운반선 9척, 컨테이너선 10척, 셔틀탱커 2척, VLCC 7척, 초대형LPG운반선(VLGC) 1척,잠수함 성능개량 3척 등 총 32척 약 53억7000만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 연초 목표(72억1000만 달러)대비 약 74.5%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미뤄졌던 잠재 수요 ‘기대’, 내년 수주량 8% 증가 전망


이 같은 국내 조선업계의 막판 수주랠리는 내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신조선 시장이 올 하반기들어 점차 풀리면서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잠재 수요들이 내년부터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불어 오는 2022년부터 시행될 EU의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배출권 규제 강화로 인해 내년부터 노후선 교체 수요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특히 내년에 예상되는 글로벌 신조선 시장은 환경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라는 점에서 고품질 선박을 건조하는 국내 조선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내년 국내 조선업계 수주액은 225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조선3사 수주액 기준으로 약 8% 증가한 규모다. 당초 예상보다 연말 수주가 몰려든만큼 내년의 수주 상황도 전망치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도 3000만CGT(표준선환산톤수)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최근 시황이 살아나고 있는 LNG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내년에도 영업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올해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앞으로 가격보다 효율성이 중시되고 기술적 신뢰도를 필요로 하는 LNG선 비중 확대에 따라 국내 업계의 수주 점유율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