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쏘카 등 O2O기업 적자 늪..엑시트 '난항'

by박기주 기자
2017.01.17 15:54:27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 최근 몇 년간 의욕적으로 투자한 야놀자·쏘카 등 앱(App) 기반의 O2O(Online to Offlineㆍ온오프라인 연계사업) 스타트업들이 골치거리로 떠올랐다. 가입자 수 등 표면적인 지표는 향상되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추가적인 수익모델도 찾지 못해 투자자금 회수(Exit)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17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VC가 ICT서비스업체에 신규투자한 금액은 349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1553억원 규모의 투자자금이 ICT서비스 분야에 몰린 후 2015년 4019억원까지 확대됐지만 지난해 투자액이 다소 줄었다. 지난 5년간 신규투자액만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VC업계 전체 투자자금 중 20%가량이 O2O 기업이 포함된 ICT서비스에 투자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투자가 실패로 이어져 손실을 볼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O2O 기업의 실적을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에 힘이 실린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숙박업 중개업체 ‘야놀자’의 경우 지난 2015년 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으며 미국 베인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쏘카’는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을 키웠다.

쿠차·굿닥·피키캐스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3분기까지 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과 201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상반기 겨우 흑자전환(영업이익 9억원)에 성공했다. 이미 지난해 말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던 비트패킹컴퍼니가 폐업을 선언하며 관련 시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었다. 이 기업에는 IMM인베스트먼트와 LB인베스트먼트·캡스톤파트너스 등 VC들이 160억원 가량을 투자했으나 결국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VC업계에서는 O2O 기업이 급증해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엔 경쟁에서 살아남는 회사가 있겠지만 도태되는 기업 역시 많아질 것이란 것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O2O 기업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지켜보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며 “가입자 등 외연만 확대됐을 뿐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기업들이 많아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도 VC의 우려가 증대되는 대목이다. O2O 기업들중 대표적인 흑자기업인 옐로O2O는 지난해 7월부터 상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고 다른 업체들도 상장하겠다는 뜻만을 밝히고 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고 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 서비스를 카카오에 매각한 록앤올(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의 사례처럼 M&A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M&A 건도 감소하고 있다. 2015년 40건에 달했던 스타트업 M&A는 지난해 SK플래닛에 매각된 ‘헬로네이처’를 포함해 약 10건에 그쳤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등은 기술 특례로 상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바일 관련 스타트업은 그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재무상황도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아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M&A 시장 상황 역시 우호적이지 않아 제때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