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프 시즌왔지만 소비자들 "올해 지출 줄일 것"

by김상윤 기자
2022.11.21 17:30:59

인플레이션·금리인상에 소비자 지갑 얇아져
타깃·아마존 등 유통업체 "블프 효과 없다"
투자자, 유통업체 주식 매도, 농기계 회사 매수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가 다가왔지만, 예년처럼 소비 특수를 노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 부담으로 소비자들이 쉽사리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4분기 전반적으로 소비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은 소매업체에 대한 공매도에 나서고 있다.

25일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뉴욕 한 매장에서 소비자가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AFP)


인플레이션·금리인상에 얇아진 지갑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들의 4분기 이익이 예상만큼 확대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내 톱10 유통업체인 타깃(TGT)은 지난 16일 3분기 월가 전망을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냈고, 4분기 상황도 여의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 가계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출을 줄였고, 이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마이클 피델커 타깃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홀리데이 시즌은 물론이고 그 이후 내년까지도 도전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백화점 체인 콜스는 올해 연말 쇼핑시즌의 실적 전망치를 제시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미 소매업협회도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작년보다 상당히 느린 속도로 늘 것으로 예측했고, 최근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356조원) 아래로 떨어진 아마존 역시 이번 연말쇼핑시즌 때 역사상 가장 느린 성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미국 소매판매량은 주유소 및 식료품점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8개월 만에 큰폭(전월대비 1.3%)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백화점 매출은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전자제품과 스포츠용품의 판매도 감소했다.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올해 ‘블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 것은 임금 상승에 비해 빠른 속도로 오른 물가, 금리 인상에 따른 커진 이자 부담 등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1000명의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절반 가까이 이번 휴가철에 작년보다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딜로이트 컨설팅이 지난 9월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말 쇼핑에 대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평균 선물 구매개수는 지난해 16개에서 올해 9개로 줄었다. 가구당 총 예상지출도 1455달러(약 197만원)로 1년 전 1463달러보다 감소했다.

컨설팅업체 SW리테일 어드바이저의 사장 스테이시 위들리츠는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좀 더 신중할 것”이라며 “이번 연말 쇼핑 시즌은 폭풍우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WSJ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계부담이 늘면서 이번 연말에는 쇼핑뿐만 아니라 기부도 크게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매업종 공매도에 나서는 투자자들

미국 소매업체들이 예상만큼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노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 계약을 맺고 있다. 기업들이 충분히 매출을 늘리지 못하고, 각종 프로모션 등에 판관비를 대거 투입하면서 이윤이 크게 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S&P 500 임의 소비재 업종지수(Consumer Discretionary) 내 공매도 포지션을 나타내는 투자자의 대출 비중은 올해 초 2.7%에서 3.7%까지 늘었다.

투자회사 애덤스펀드의 마크 스토클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물가가 치솟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은 거래를 원할 거고, 결국 (기업의) 마진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이런 (소매업종) 주식을 왜 보유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3분기 약 20억달러를 굴리고 있는 이 회사는 타깃과 월마트 주식을 매각하고 동물사료 농기구를 판매하는 트랙터 서플라이 주식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