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사업조직 혁신..삼성 등 국내기업에 AI 초협력 제안

by김현아 기자
2020.01.09 17:09:47

‘듀얼 OS’로 ICT 복합기업 되겠다
“국내기업끼리 뭉치지 않으면 도태”..삼성에 AI 초협력 제안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도 강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라스베이거스(미국)=이데일리 한광범 기자]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새해 ‘듀얼 OS(운영시스템)’라는 화두를 던지며 SK 말고는 모든 걸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자회사 증시 상장과 내부 조직 혁신으로 회사 가치를 키워 인공지능(AI)이 지배할 미래 세상에서도 생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데일리 김다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8일(현지시간) CES 2020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의 지난해 매출 중 11조 정도는 기존 통신, 8조 정도는 신사업(뉴ICT)다. 그런데 올해부터 사업재무관리 체계를 두 개로 나눴다. 콥1(Corp1)에는 △이동통신서비스, 초대규모(Massive)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에지 클라우드가, 콥2(Corp2)에는 △미디어·커머스·보안 자회사와 모빌리티와 데이터 사업이 포함됐다. 인공지능(AI)은 한 곳(AIX센터)으로 모아 모든 사업에 AI를 전파한다. 양쪽은 각자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람을 뽑고 투자하고 평가받는 체계를 달리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연내 자회사 상장이 이뤄지는 등 SK텔레콤은 이제부터 통신회사가 아닌 ‘ICT 복합기업’으로 재평가 받을 것”이라며 “신사업 비중 증가에 따라 SK텔레콤이란 사명 변경을 고민하기 시작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커진 데 대한 대책도 내놨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 등 5개 자회사 상장을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이면서 구성원 재교육을 통해 전통적인 통신에서 새로운 ICT 흐름에 맞게 체질변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회사에 CDC(커리어 디벨롭먼트 코스·직무별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과정)가 있다. 상장사에는 우리가 가진 성과 보상 체계를 넘어 준비한다. 구성원들이 공감하면 ‘어떤 곳에서 일하고 싶다’가 결정되리라 본다”고 했다.

▲박정호 SK텔레콤(오른쪽) 사장과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CES 2020 삼성전자 부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의 혁신은 혼자 가능한 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인공지능(AI)에서만큼은 국내 기업들끼리 초(超)협력을 하자고 제안했다. 박 사장은 “AI는 국내 사업자들이 능력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에 다 내주고 소비자가 될 판”이라며 삼성전자에 제안한 내용을 공개했다. 박 사장은 “고동진 (삼성전자)사장과 방에 앉아 얘기하다 서로 생각하는 걸 던지고 받고 했다”며 “이름을 붙이자면 초협력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서로 자존심을 버리고 우수한 회사 기술(특허 등 IP)을 함께 쓰면서 브랜드나 서비스는 자율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협력의 사례로 지난해 지상파3사와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를 통합해 탄생한 ‘웨이브’와 ‘카카오’와의 AI 등 신산업 혈맹을 꼽았다. 박 사장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 초협력을 하고 있다”며 “고동진 사장도 상당히 동의했다. 다른 회사들을 더 합쳐 볼 생각”이라며 국내 ICT 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과 볼리 (사진=삼성전자)


삼성과의 협력은 당장 사물인터넷(IoT)분야, 인공지능 로봇 ‘볼리’와 ‘폴더블폰’에서 시작한다. 박 사장은 “5G 분야는 올해 사물(Things)이 많다”면서 “삼성 매직 볼(볼리)이 있다. 그 볼이 집안을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활용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공 모양의 볼리는 바퀴나 다리 없이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인을 인식하면 반려동물처럼 사람을 따라다니며 명령을 수행한다. 카메라가 달려있어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TV등 주요 기기와 연동해 홈케어를 할 수 있다.

그는 또 “ 올해 출시될 폴더블폰은 세로로 접어 화상 전화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유저인터페이스(UI)가 나온다. 로우 앵글이 아주 잘생기게 나온다”면서 “화상전화에 대한 요금이나 그 외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주면 훨씬 서비스가 빨리 보편화되지 않겠나. 그런 논의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MS와의 협력도 전했다. 박 사장은 “앤디 제시(Andy Jassy) CEO와 많이 얘기 했다. 반도체 협력도 있고, MEC(모바일에지컴퓨팅)도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5G를 먼저 하니 우리를 클라우드 사업의 굉장히 큰 파트너로 보더라”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텔레콤과 제3자 간 협력 분야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이런 식으로 변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국소적으로 대응하고 우리가 소비자가 되면 이익을 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