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 경쟁 숨막힐 정도인데…韓 내부는 더디기만 하다"(종합)

by김정남 기자
2018.12.19 16:20:4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쓴소리
"앞으로 3~4년 후 경제 걱정 앞서"
"선도산업 육성 성과 미진한 실정"
"성장동력 발굴, 더는 미룰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점에서 송년간담회를 갖고 “우리 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이상 대처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몇 년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이 부쩍 떨어졌지만, 정작 미래 먹거리 찾기는 소홀한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읽힌다.

이 총재는 “지금 세계 도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바깥 세상에 비해 우리 내부의 변화는 아직 더디기만 하다”며 “새로운 선도산업의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같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는 당사자들의 이해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가로막혀 그 성과가 미진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어 “그러는 사이 저출산·고령화나 부문간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점점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몇 년 후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새로운 각오로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각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다소 강한 톤으로 산업정책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차량공유 서비스를 언급하며 “정말 결정이 쉽지 않겠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 전체 경제를 위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들에게 수용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그럼에도 점진적으로는 (미래 산업을 도입하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 회의차 중국에 가서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Zhongguancun High-tech Zone·中關村)에 갔다”며 “중국 제조 2025가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쭉 들으면서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한 “국민소득 3만달러라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동시에 고령사회에서 어떻게 경제 활력을 유지해야 할지 과제를 안겨준 한 해”라고 돌아봤다.

그는 이튿날인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오찬 회동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경제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며 “정부도 한은도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같이 노력을 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재는 가장 눈여겨보는 대외 리스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와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