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5배' 1천억달러 쥔 삼성…JY '픽'한 車전장 인수 나설까

by배진솔 기자
2021.08.02 18:42:17

WSJ "삼성·인텔의 성패는 자금 동원 능력…쇼다운 벌일 것"
삼성 현금성 자산 1144억달러…인텔·TSMC의 5배
2분기 실적발표 후 "3년 내 M&A 나설 것" 공식 선언
이재용 '픽'한 車 전장분야…車반도체 기업 인수하나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삼성전자가 약 3년 만에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재탈환한 가운데 두 기업의 승부는 결국 ‘돈 싸움’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약 1000억달러(약 115조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인수합병(M&A) 등 발 빠르게 투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 메모리 모듈 (사진=블룸버그)
삼성, 인텔·TSMC 대비 현금 5배 보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기 매출에서 인텔을 제쳤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과 인텔의 성패는 자금 동원 능력에 달렸고 모두 1000억달러(약 115조원) 이상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두 회사가 투자를 놓고 쇼다운(Showdown·마지막 결전)을 벌일 것”이라고 봤다. 실제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에서 197억달러(약 22조7000억원)을 기록, 인텔의 전체 매출액 196억달러(약 22조5000억원)을 넘었다. 2018년 3분기 이후 약 3년 만의 역전이다.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력은 막대한 보유 현금이다. 지난해 WSJ이 집계한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수준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144억달러(약 131조원) 수준이다. 인텔은 238억달러(약 27조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281억달러(약 32조원) 정도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1분기 분기보고서로 봐도 1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1112억달러(약 128조원)로 인텔·TSMC보다 5배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돈을 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사이 TSMC는 올해 280억달러, 2024년까지 총 1280억달러(약 147조원)를 파운드리 설비 투자한다.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는다고 밝혔다. 이후 불과 넉 달 만에 인텔이 300억달러(약 34조원)의 거금을 베팅해 ‘글로벌파운드리’인수에 나선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시장의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 말미에 “주주 관심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돼 하나 추가 답변하겠다”며 “보유현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하만 인수 이후 의미 있는 인수합병(M&A)가 없었다. 지난 1월에 말한 것처럼 3년 안에는 의미있는 M&A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사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전략적인 M&A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사업 영역과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 등 새 성장 동력이라고 판단되는 다양한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부회장이 ‘픽’한 車전장분야…M&A나설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기반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의 NXP와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스가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차량용 반도체는 AI나 스마트폰, 컴퓨터, 서버용 반도체에 비해 마진이 적지만 자율주행차 상용화 예상 시기인 2024년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수직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자동차 한 대당 들어가는 반도체가 2018년 기준 400달러에서 2024년 1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19년 기준 418억달러에서 2024년 655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2018년 자동차 전자장비 분야를 AI·5G통신·바이오와 함께 ‘4대 미래성장 사업’ 분야로 꼽은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6개월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생산업체, 부품사들을 직접 방문하며 자동차 전장 분야의 미래 가능성을 봤다. 다만 삼성전자가 성급하게 차량용 반도체 설비를 늘리는 것보단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 M&A를 통해 리스크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결국 M&A를 잘하기 위해선 기술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결정력 권한이 크게 있어야 한다”며 “또 회사 전체 사업구조를 명확히 이해하고 미래 기술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공부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잘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쪽에서는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며 M&A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